사상 최저가를 경신 중인 태양광전지 재료 폴리실리콘 가격이 ㎏당 13달러선까지 붕괴 직전에 놓였다. 지난해 1월 19달러대에서 1년 새 30% 넘게 떨어졌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하락세에 폴리실리콘 생산 업계는 ‘원가 이하 가격’의 저주에 걸렸다.
12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1월 첫 주 국제 폴리실리콘 평균 거래가격은 ㎏당 13.0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19.16달러로 시작한 가격이 1년 내내 내려, 13달러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가격 하락이 이번 주까지 계속되면 사상 최초 12달러대로 내려간다. 지난 2007년 한 때 ㎏당 400달러까지 거래됐던 것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땅바닥이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맥을 못추는 것은 1차적으로는 공급과잉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35만톤으로 수요량 30만톤보다 5만톤가량 많았다.
올해 중국 GCL 등 주요 폴리실리콘 업체가 설비 증설까지 하면 생산량은 40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GCL·햄록·바커 등 세계 선두권 폴리실리콘 업체 생산단가도 ㎏당 12달러대로 낮아지고 있어 폴리실리콘 가격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태양광업계는 올해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반등을 기대해 보지만, ㎏당 15달러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OCI 등 우리 기업도 제조기술 향상과 디보틀넥킹(공정이 한꺼번에 몰려 생산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풀어주는 것) 같은 비용절감 노력으로 가까스로 원가를 맞추고는 있지만, 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견뎌내기 힘든 상황이다.
OCI는 지금보다 가격이 더 떨어지면 적자 구조를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그나마 지난해는 미국 알라모 태양광발전소, OCI머티리얼즈, OCI와이오밍 등 굵직한 자산을 매각하면서 버텼지만, 올해는 폴리실리콘 가격 반등이 아니라면 위기 심화 밖에 길이 없다.
이수영 OCI 회장은 새해 들어 직원에게 이 같은 위기상황을 강조하며 ‘흑자 전환’을 올해 과제로 내걸고 분발의지를 다졌다.
OCI 실적 개선은 폴리실리콘 가격 회복과 함께 중국 공급 물량에 사실상 달려있다. 중국 중소·영세 생산업체 정리 같은 시장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 태양광전지·모듈 생산시장은 연간 6만8000톤을 공급하는 GCL과 1만톤 내외 중소업체, 그리고 OCI 등 해외업체 공급물량으로 구성된다. 지금 같은 사상 최저가 골짜기에서 중국 중소 생산업체만 대거 정리되더라도 OCI로선 숨통이 트인다.
중국은 미국과 태양광 덤핑 관세 마찰로 폴리실리콘 수입국에서 미국을 배제하고 있다. OCI로선 현재 생산 규모와 공급단가에서 중국 중소업체에 뒤지지 않기 때문에 가격바닥에서 살아남는 것이 이후 기회를 맞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셈이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공급과잉 상황에 놓인 폴리실리콘 업체가 재고를 정리하면서 연말연초 폴리실리콘 가격이 더욱 내렸다”며 “올해 태양광 수요 확대에 힘입어 가격 반등을 기대해 보지만 ㎏당 12~15달러 선에서 움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OCI를 비롯한 우리나라 폴리실리콘업계는 가격 폭락과 함께 시장 정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 추이(단위 : ㎏/달러 / 자료:PV인사이트)>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