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 세계 전자산업에서 중국 영향력 확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개발도상국 경영위기 등으로 대한민국 수출코리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정보가전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자동차 등 새로운 업종과 융합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달리는 스마트폰으로 명명되는 스마트카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결합해 새로운 문화와 비즈니스도 만들어 내고 있다. CES 2016에서는 이 모든 변화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자신문은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콘퍼런스룸에서 ‘CES를 통해 본 2016 ICT 산업/수출 대전망 좌담회’를 열고, 우리나라 상황을 진단하고 활로를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ICT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 차원의 구체적이고 세밀한 지원과 함께 민관이 공동플랫폼을 구축해 성공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김창규 주미국대사관 상무관

△나창엽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

△박청원 전자부품연구원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CES 2016에서 주인공은 자동차, 조연은 TV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마트카에 대한 인기가 높았다. 이번 전시회를 본 소감을 부탁한다.

◇김정관(한국무역협회 부회장)=CES에 처음 방문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CES가 지금까지 가전 위주로 돼 있고, 기술 트렌드 잘 보여주는 전시회로 알고 있었지만 사람이 이렇게 많이 오는지는 몰랐다. 워낙 전시장이 넓은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았다.

이곳에서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부사장을 면담했는데 올해 CES는 전자제품 트렌드를 보여준다기보다는 산업기술 전반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쇼라고 이야기 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니 전자제품 특히 가전 쪽은 한 부분에 불과하고, 자동차, IoT 등 다양한 기술과 제품이 나와 있었다.

대기업은 현지에 와서 보고 이런 트렌드를 따라갈 텐데, 과연 우리 중소기업이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중소기업에 트렌드를 알려주기 위한 정부나 협회 역할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김영세(이노디자인 회장)=CES에 25년째 개근하고 있다. 25년 전에는 삼성전자, LG전자 전시관이 크지 않았다. 삼성과 LG가 점점 규모를 늘리다가, 5년 전부터는 가장 큰 참가업체가 됐다. 그리고 이제는 전자제품 행사라기보다 토털 라이프스타일 전시회로 바뀌는 것 같다. 기술 중심이긴 하지만, 단순 기술전시가 아니라 기업이 산업을 가지고 어떻게 먹거리를 찾는지 트렌드를 세팅하는 자리다.

특히 올해는 확 바뀐 것 같다. 올해 트렌드 보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드론, 자동차 전장, 스마트홈, IoT 등이다. 예전에 말하던 단어와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우리나라에도 굉장히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 제조기업 경쟁력이 단순생산에 있지 않다. 아이디어 전쟁터다. 예전에는 굉장히 오래 걸려야 경쟁이 되는 것이 전자산업이었다. 삼성과 LG도 50년이나 걸렸다. 최근 제가 보는 것은 더 이상 ‘(대기업 등) 큰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Bigger is better)’가 아니라는 점이다.

◇남인석(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기본적으로 소비자 가전 중심 전시회였는데 스마트카, AR, VR, 드론 등 새로운 영역이 많이 등장했다. 여러 변화 트렌드 기반은 스마트가전, 스마트홈이다. IoT만 해도 이전까지는 과연 어디다 쓸 것인가에 대한 사례가 별로 없었는데, 올해 전시회에서 정말 IoT를 우리가 쓰는구나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이 돈을 벌 수 있겠구나 하는 트렌드를 보여준다.

◇박청원(전자부품연구원장)=연구원이 현재 집중하는 부분과 CES 트렌드가 거의 비슷해서 기대가 크다. 이전과 비교해서 보면 화두로 던졌던 IoT, 스마트카, 웨어러블 등이 많이 나왔다. 지난해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근데 올해부터 전환기다. CES가 새로운 산업으로 가는 좋은 기술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IoT가 더 이상 개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적용해서 삼성, LG가 IoT로 관리하는 스마트 세탁기, 냉장고 등 실제 제품을 가지고 나왔다.

웨어러블도 이전에는 스마트폰 연동해서 쓰는 부가기기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웨어러블기기 자체가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 기기로 발전했다. 스마트카도 이제는 자율주행하는 자동차 실물을 보여주고, 실제 기술이 제품에 적용돼 산업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이야기하던 것들이 시장에 나온다. 이번 CES가 아직 주인이 없는 새로운 시장에 정부나 기업 역할을 되새겨보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

◇민동욱(엠씨넥스 대표)=5년 동안 CES에 부스 만들어서 참여했다. 3년 전부터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스마트카, 가상현실, IoT 제품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3년 전 기술 완성도와 올해 보이는 기술 완성도는 차이가 많다. 3년 전 콘셉트가 나오고 데모를 했지만, 올해 제품 시연을 보면 완성도 면에서 차이가 많다. 그리고 그 완성도가 상용화해도 될 정도까지 왔다. 이게 올해 큰 변화다.

예전에는 핫테크 주도를 미국이나 한국, 일본이 했는데, 중국이나 인도, 전통적으로 과학기술이 발달해 있는 유럽 작은 강소국까지 많이 참가했다. 이런 변화를 보면 우리도 대기업 중심 생태계만으로는 경쟁이 어려울 것 같다. 중견,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생태계를 이뤄 열린 경쟁시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화두다.

◇김창규(주미국대사관 상무관)=상무관으로 와서 처음 CES를 본 소감은 기존 자동차나 전시회와 달리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삼성, LG 모두 부스를 재미있게 구성했다. 앞으로 스마트홈이나 스마트카 등 스마트산업 기본요소가 ‘펀(Fun)’이 돼야 할 것 같다.

그 다음으로 돈벌이 될 만한 것이 많이 보인다. 추상적이지 않고 돈과 관련해 실용적인 것들이다. 스마트카 등 융합기술도 CES가 가장 앞서가는 것 같고, 스마트헬스 등 다양한 접합 시도가 보였다.

◇나창엽(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글로벌기업뿐 아니라 모든 기업의 공통된 화두다. 작년에는 드론이 주목받는 가운데 중국이 부상했다. 올해는 예상했던 대로 스마트카에 많은 기술이 나왔다.

삼성이 그동안 스마트카 관련 특허를 많이 내고, 최근 본격 참여를 선언했다. GM, 포드, 폭스바겐, BMW 등 자동차 메이커가 앞선 기술을 발표해 IT 소비재 범위가 빠르게 변화되고 확장되는 인상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자동차가 전자제품화 돼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미래 먹거리로 스마트카가 떠오르고 있다. 우리도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하다.

◇사회=올해 CES는 특히 사물인터넷(IoT)과 초연결이라는 융합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디자인도 더욱 화려해 졌다. 또 참석자 모든 말에 공통적으로 ‘스마트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어떻게 평가하나.

◇남인석=IoT 관련해서 스마트홈은 삼성과 LG가 주도하지만, 독립관으로 나온 중소업체도 체지방 측정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 IoT 분야에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중소기업도 기술을 활용한 상품으로 매출을 발생시킬 정도로 확산됐다.

IoT는 뒤쪽에 반도체가 있다. 전시장을 보면 인텔이나 퀄컴 등 반도체회사가 기술을 보여주는 것을 볼 수 있다. 부품도 보면 B2C에서 B2B로 가고 있다. 스마트카 핵심인 배터리도 한국업체가 많이 준비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앞으로 우리 기업이 나아갈 방향이고, 앞으로 방향을 잘 잡아서 가야할 것 같다.

◇민동욱=CES가 10년전, 20년 전에는 메인관만 전시를 했다. 그때 CES는 전시 면적이 적었다. 근데 계속 확장돼 왔다. 융합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는 스마트카 부분이 적었다면 3년 전부터 많아졌고, IoT도 콘셉트만 있었는데 융·복합이 생기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참가해 확산됐다. 그 안에 기술 융·복합이 이뤄지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마트카가 자율주행으로 발전하는데 있어 사업도 중요하지만, 활성화 되려면 법, 사회·제도적 장치가 개선돼야 한다. 이런 것들로 인해 나라마다 상용화 시기가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 만의 좁은 시야로 규제를 만들면 수출하기 힘들다. 이런 부분을 선진국과 함께 동참해서 빠른 시간 안에 체계화된 제도 정비가 따라줘야 한다.

◇김영세=우리가 큰 그림에서 볼 때 한 가지 빠트리는 것이 있다. 생산, 매출, 경쟁력 이야기 할 때 디자인이 빠진다. 기업이 경쟁하는 원천을 돌아봐야 한다.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근본적으로 기업철학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 기업 탄생 이유가 세상과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이런 쪽으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올해 CES는 트렌드와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 사람을 위한 역할을 하는 기업이 이기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사람을 위해 뭔가 창조하는 회사가 부상하는 판이 짜여졌다. 산업에 큰 변화다.

IoT가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다. IoT 관련 매출이 연간 2경을 넘을 거라는 조사도 나온다. 원천은 센서와 반도체 등 기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1~2% 부족한 것이 기술을 응용한 기술, 즉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먼저하면 기술에 부가가치를 붙일 수 있다. 원천에서 디자인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다.

디자인에는 두 가지가 있다. 스몰 디자인과 빅 디자인이다. 우리 기업이 주로 생각하는 것은 제품과 연관된 스몰 디자인이다. 하지만 상품기획과 비즈니스모델 찾는 것부터 디자인하는 빅 디자인이 기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빅 디자인, 즉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 힘이 나온 것이 여기 있고, 팀 쿡이 부족한 것도 이것이다.

생활을 위해 IoT가 나온 것인데, 끝에 가서 기술만 보고 있으니 좋은 제품이 안 나온다.

IoT는 좋은 기회다. 우리나라는 유리한 조건에 있다. 기반 기술인 센서, 반도체 등에서 강점 있다. 이제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고, 그런 아이디어 있는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한다. 전국적으로 확산해서 함께 가야 한다.

◇김정관=IoT는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비즈니스는 무궁무진할 것 같다. 조금만 생각하면 비즈니스가 될 것 같다. 기본적인 것이 센서, 빅데이터 분석, 그리고 결과를 가지고 앱이나 솔루션으로 제품화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안 된다. 빅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할 수 있는 인력을 개발해야 한다. 그것으로 다시 앱을 개발하는 인력도 키워야 한다. LG, 삼성 잘한다지만 그런 인력 양성 잘 못한다. 인프라에 대한 기술과 인력이 별로 없다. 이런 쪽을 정부가 했으면 좋겠지만, 잘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붐업이 필요하다. 기반부터 IoT 강국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김창규=CES에서 IoT 관련 여러 기술을 보면 다양하다. 이걸 정부가 좀 더 표준 쪽으로 엮어준다면 시장을 동일하고, 크게 만드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좀 나서야할 것 같다. 다음으로 CES에 소개되는 혁신제품이 돈벌이까지 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데, 가능하면 점진적으로 돈벌이 될 거 같은 일을 정부나 기관이 만들어 주면 좋겠다.

◇사회=인력도 중요하다. 실리콘밸리 방문했을 때 구글에 입사한 첫 한국인 직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분에게 IoT 활성화를 위해서, 그리고 그 다음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대답은 ‘연결’이 중요하다는 것과 우리나라에 그런 인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IoT 인력을 어떻게 키워야 글로벌 진출할 수 있을까.

◇나창엽=실리콘밸리에 들어와 있는 한국 인재들이 엄격히 얘기해서 국가 도움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온 경우가 많다. 비자, 언어, 기술 등 장벽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또 실리콘밸리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비춰볼 때 경쟁력이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전문직 비자를 3만개 정도 주는데, 70% 이상 인도 인력이다. 한국은 4% 이내다. 더구나 갈수록 줄고 있다. 우리 고급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차원을 떠나 고급 인력이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고 결국 귀국하기 위해서는 오는 사람들 원천레벨 자체를 올려놓고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린다.

IoT 활성화를 위한 얘기를 하면, 이제는 만드는 기술은 문제가 아니다. ‘누가 먼저 생각하고 시작하느냐’가 관건이다. IoT로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은 무제한이다. 실리콘밸리가 그렇듯이 쉽게 시작하고, 쉽게 접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우리나라 수출산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국내 기업에게는 기회이자 위기로 대변될 수 있다. 국내 가전업계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민동욱=이제는 대량생산보다 다양한 제품 생산으로 가다보니 미국이 경쟁력을 가진다. 중국도 많은 분야에서 한국을 쫓아왔다. 중국은 시장이 워낙 큰데, 지난 20년간 좋은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한 젊은이가 창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제품을 많이 내놓는다. 중국 생활수준에 맞는 정도 기능과 가격대에 제품이 나오면서, 기술이 다소 부족해도 저변이 확대됐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에 끼어있다.

우리도 빠른 제품화, 세계화를 위해 보다 교류를 확대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세계인에게 한국은 IT 인프라가 탄탄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IT 강국 이미지를 지방자치단체 등이 기획해서 외국기업이 찾는 테스트베드를 만들면, 많은 업체들이 한국에서 양산할 것이다. 그러면 이를 참고해서 우리 기업이 생활에 접목된 기술과 제품을 가지고 해외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KOTRA, 무역협회 등 정부기관 중 해외에 진출해 있는 곳들이 많이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박청원=막 일어나는 새로운 산업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을까 많은 생각을 한다. 일단은 시장 자체가 불확실하고, 어디로 갈지 모른다. 변화가 훨씬 빠르다. 우리 중소, 중견기업이 따라가기가 힘들다. 비즈모델 하나 만들어도 다음으로 후속타를 계속 만들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정부 R&D 지원정책을 우리 중소, 중견기업이 아주 조금 모자란 것들, 시장으로 가기 위해 부족한 조그만 차이를 정부 연구소가 집중 지원하고 이에 대한 성과 보상으로 예산을 나눠주는 정책이 필요할 것 같다.

IoT를 예로 들면 IoT 플랫폼을 개발했다. 삼성, LG도 가지고 있는데 지금 IoT 플랫폼에 더 중요한 것은 서로 연결할 수 있는 호환성이다. 우리가 개발한 것은 유럽, 삼성, LG 등 어느 플랫폼에도 끼워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소스를 오픈하면 중소기업이 가져다 쓰고, 그 위에서 원하는 것을 만들면 된다. 정부가 이런 기반 기술을 많이 만들어 내어 주면, 중소기업이 보다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다.

◇김정관=공적 역할하는 기관들이 중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살펴보면, 기술 변화 트렌드를 국내에서 열심히 비즈니스하려는 중소기업은 찾아오지 못한다. 엠씨넥스나 이노디자인 같은 기업도 있지만, 중소기업 대부분은 모른다. 그런 업체에게 적어도 기술 변화와 산업 트렌드를 제대로 알리는 역할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해야 한다. 의무다. 기술 변화 트렌드를 알고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모르고 당하지는 않게 해야 한다.

또 하나는 정부 관료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 기술변화 속도와 흐름을 기업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기업이 이를 쫓아갈 수 있으려면 정부가 어떻게 해야할지, 규제와 지원, 평가 등을 어떻게 할지 알아야 한다. 기업과 꾸준히 새로운 추세 변화에 적응하려는 기업과 꾸준히 대화해야 한다. 적어도 실무를 하는 사무관과 과장은 알아야 한다. 기업 이야기를 듣고, 먼저 변화를 깨닫고 정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선제적으로 움직여야한다. 그러려면 정부조직이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

◇박청원=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기술 변화를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부에 있다 밖에 나와 보니 기술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따라가기 쉽지 않다. 정부가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면 거꾸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기술을 다 알고 주도권을 가지고 갈 수는 없다.

◇김영세=민간기업이 모으지 못하는 데이터, 미래전망 등을 정부가 연구해 알려준다면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다. 기술 쪽에서도 민간기업이 앞서가겠지만, 정부가 플러스 알파가 되는 것을 연구한다면 도움이 된다.

미국과 한국을 오간 경험을 통해 보면, 실리콘밸리와 한국에 차이가 있다. 실리콘밸리는 정부가 하는 역할이 별로 없다. 우리가 할 일은 젊은 사람이 나와서 일할 수 있는 토양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게 잘못하면 역으로 간다. 창업은 룰이 없다. 가만히 내버려두면서도 약간 뒤에서 장기 비전을 갖고 조용히 지원하면 된다. 창업자가 목숨을 걸로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을 제3자가 완전한 해결사 역할을 할 수는 없다.

협력도 중요하다. 기업에서 볼 때는 크고 작은 회사와 협력, 기관과 협력, 벤처캐피털과 협력을 해야 한다. 최근 중국을 보면 협력이 잘 되는 것 같다. 중국 경쟁력은 빠르게 배우고, 실행한다는 데 있다. 자체 시장이 워낙 커서 도전하는 데도 유리하다. 거의 모든 최고경영자가 1세대라서 젊고 팔팔하게 움직인다는 것도 강점이다. 중국이 우리를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이미 훨씬 앞에 가 있다. 경제 규모는 세계 톱2다.

우리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전반적 (기업환경) 토양을 고민해야 한다. 자유롭고, 변화에 민감하고, 속도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크고 작은 회사와 협업도 활성화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을 하나 만들면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이 각자 역할하고, 함께 손잡고 가는 모습이면 한다. IoT 세상에서는 수천, 수만가지 수요가 나온다. 그것을 잡으려면 합종연횡 해야 한다.

◇사회=CES가 내년이면 50주년이 된다. 앞으로도 우리 기업이 CES 주인공이 되고,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에 해주고 싶은 제언을 말해 달라.

◇나창엽=실리콘밸리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같은 곳을 본다. 대기업도 작은 스타트업 움직임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어디서 뭐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업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방향을 보되 움직임 속도와 크기를 달리해야 한다. 스타트업 기업은 남들이 미처 생각 못하는 아이디어로 빠르고 쉽게 제품을 개발하고, 대기업은 이런 아이디어 기업과 함께 가야 한다. 기업 간 협업이 제품 혁신성이나 다양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부는 중소 벤처기업의 스피드와 대기업과 함께 갈 수 있는 상생환경을 늘 생각해야 한다.

◇김정관=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돌파구는 역시 ICT 산업이었다. 1990년대 말 PC와 반도체가 IMF 위기를 넘는 것을 도와줬다. 2000년대 중반에는 디스플레이가 수출을 많이 해서 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스마트폰이 새 돌파구로 경제를 살렸다.

해답은 또 ICT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IoT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모든 세상, 모든 제품을 다 IoT로 연결할 수 있다. 결론은 IoT 붐업을 일으키기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CES특별취재팀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