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기차 충전량이 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 충전소 수는 전국의 15% 수준이지만 이용률은 63%에 달했다. 서울 전기차 이용자 이동거리가 경기·강원·충청 지역으로 점차 늘어나는 신호는 긍정적이다.
7일 환경부·자동차환경협회에 따르면 전국 319기 급속충전기(50㎾h급) 전체의 최근 3개월간 전력사용량은 60만7902㎾h로 집계됐다. 약 3만2000대 전기차를 단번에 충전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모두 49개 충전기가 설치된 제주의 같은 기간 충전량은 38만6777㎾h로 나왔다. 제주 전기차 보급률은 전국 41%(2366대)지만 충전사용률은 63%에 달했다. 전국 급속충전소 이용률 상위 20곳 중 서울 GS칼텍스 삼성점을 제외하고 19곳이 제주에 몰렸다.
전국에서 이용률이 가장 많은 곳은 제주종합경기장 충전소로 이 기간 2만8155㎾h가 충전됐다. 전기차 1481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으로 일평균 16대 차량이 이 충전소를 이용한 셈이다. 급속충전기뿐 아니라 공공시설에 설치된 완속충전기(7㎾h급) 이용률 역시 제주가 크게 높았다.
포스코ICT 집계에 따르면 전국에 운영 중인 194대 완속충전기 중 상위 3곳이 제주에 위치했다.
서울은 제주에 비해 충전 이용률은 낮았지만 전기차 이용자 이동거리가 경기·강원·충청권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초 서울시 내 충전량은 지역권에 비해 2.5배 높았지만, 8월을 기점으로 경기 동부·남부권 충전소 이용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이마트 안산점과 경기 광주점은 각각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4.2배, 3.8배 충전량이 늘었다. 경기·인천 등 전기차 소유자가 극히 드문 것을 감안하면 서울지역 이용자 원거리 주행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주형진 포스코ICT 부장은 “3개월 전부터 지역권 충전량이 서울·수도권을 추월하기 시작했다”며 “여주나 광주·서수원 등 이용이 크게 늘고 있어 경기·충청권 인프라 확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해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에 보급된 전기차는 총 5767대다. 이 중 41%인 2366대가 제주에서 달린다. 제주에 깔린 급속충전기 수는 전체 15%(49대) 수준이지만, 충전량은 전체 63%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기차 이용률 3분의 2가량이 인구 63만명 제주에 몰린 셈이다.
제주를 한국의 대표적 전기차 시장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이 제주에만 지나치게 치중돼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하면 전기차 후방산업 등 우리 기업 시장 참여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는 도내 기업만 충전인프라 등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정작 경쟁력 있는 육지 기업 시장 참여가 어렵다.
전기차 업계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확산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기차 확산에 따라 충전인프라나 각종 서비스, 배터리 재활용 등 후방산업 대비는 물론이고 향후 수출형 모델 발굴까지 고려하면 제주 시장 경험만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주행거리 부담이 적은 제주 같은 도서 지역뿐 아니라 도시 환경에서 더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다. 전기차 선진 시장인 노르웨이나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이미 충전인프라나 전력 수요공급, 배터리·전기차 리스, 중고차, 금융상품, 개조차 등 다양한 후방산업이 생겨났다. 이들 국가와 도시는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전기차 전용 도로·주차장, 충전인프라 구축 의무화를 비롯해 저탄소협력금제와 같은 강력한 판매 규제책으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매 보조금만 지원할 뿐 사용에 따른 혜택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신기후체제 합의로 각종 시장 규제책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게 됐다”며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더 이상 물질적 지원보다는 기존 내연기관 운전자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규제를 통한 동기부여형 시장 정책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 및 제주 외 지역 상위 10개 전기차 충전소(급속) 전력사용량(자료: 환경부·한국자동차환경협회(2015년 10~12월 기준))>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