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회를 불안에 떨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에 변이가 일어난 사실이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메르스 진단을 받은 환자 8명에게서 채취한 검체를 이용해 메르스 바이러스 표면 ‘당단백질’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변이가 관찰됐다고 8일 밝혔다. 그동안 변이는 없다던 방역당국 입장과 상반된다.
질병관리본부 연구결과 중동에서 유행한 메르스 바이러스와 비교해 전체 당단백질 8개 부분에서 염기변이가 있었다. 이중 4개에서는 아미노산도 변이가 관찰됐다. 동물세포에서 증식시킨 바이러스에서도 변이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유전자 변이가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지난해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동안 유전적 변이가 많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변이가 결과적으로 메르스 감염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결론 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대원 전문연구원은 “지금까지 분리됐던 메르스바이러스와 다른 변이가 확실하지만 이 변이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는지 근거는 없다”면서 “정교한 분석을 통해 이 변이의 영향을 규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바이러스 변이가 확인된 만큼 추가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염력과 치사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규명하기 위해 연구 대상 환자 수를 늘리고 최신 연구기법을 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가 있었던 것을 확인한 것은 중요한 연구결과”라며 “유전자 변이 연구는 중동에서 전염력이 약했던 메르스 바이러스가 유독 한국에서 전파력이 강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성순 질병관리본부 호흡기바이러스과장은 “추가적으로 14번째 환자 등 슈퍼 전파자 5명을 포함한 국내 메르스 환자 32명에게서 바이러스 41개주를 분리해 풀 시퀀싱을 진행 중”이라며 “당단백질 8개의 분석 결과만으로 일반화시키기는 어려워 유전자 변이와 질병 양상 관계를 파악하는 심층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