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인터넷뉴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외부 평가위원회라는 ‘신의 한 수’를 꺼냈다. 공신력 갖춘 전문가 단체에 뉴스 평가를 위임했다. 문제는 세부 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변수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칫하면 1000여개에 이르는 제휴 언론사에 대혼란이 빚어진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은 국내 뉴스 이용 80%를 차지한다. 영향력이 막대한 기사 노출 창구다. 언론사는 포털에서 자사 뉴스 조회 수를 늘리려 선정적 기사를 쏟아냈다. 화제를 모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비슷한 기사를 반복 게재하는 ‘어뷰징’을 되풀이했다. 아직 포털과 제휴하지 못한 신생 매체는 진입 문턱을 넘으려 사활을 걸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저널리즘 가치가 떨어지고 이용자 불편이 높아지는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 속에 구성됐다. 자체 정화 노력에 실패한 포털이 외부 전문가 단체 힘을 빌렸다. 허남진 위원장은 7일 발표회 중 “희한한 위원회가 탄생한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포털, 언론, 전문가단체가 3각 구도를 이루는 기이한 모습이다.
평가위가 어렵사리 평가·제재기준을 마련했지만 갈 길이 멀다. 모호한 규정이 많다. 평가위는 기사로 위장된 광고·홍보를 제재한다. 보도자료를 별 수정 없이 취재 기사처럼 게재하는 것도 규제 대상이다. 규정안 수립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가장 강조한 대목이 보도자료 기사였다.
현실적으로 이 같은 기사를 걸러내기 쉽지 않다. 광고성 기사로 의심할 수 있지만 단정 짓기 어렵다. 언론사가 민간 기업과 광고 또는 협찬 계약을 맺은 것을 확인할 길이 없다. 규정안대로 광고주 홈페이지, 연락처 등을 기사에서 제외하는 수준에 머물 공산이 크다.
보도자료 기사도 마찬가지다. 평가위는 원 자료를 ‘거의 그대로’ 기사로 만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실제 평가 시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법령을 만들면 세부 시행령·시행규칙 단계에서 많은 혼란을 겪는 문제가 포털 뉴스 평가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우려된다.
알고리즘 비공개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앞서 상당수 언론과 이용자가 포털 뉴스 검색 순서에 의문을 제기했다. 평가위는 콘텐츠 모니터링에 적용하는 알고리즘 역시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알고리즘 공개 시 언론사가 모니터링 우회 또는 회피 수단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반대로 뉴스 공급자와 이용자 측면에서는 알고리즘 비공개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평가위라는 우회 경로를 택했지만 포털이 언론 기사 편집에 영향력을 미치는 문제는 여전하다. 지속 제기된 포털 권력 확대를 제동할 장치가 없다. 소규모 매체는 제휴 심사·평가 결과에 따라 존립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어뷰징, 사이비 언론 행위 대책 마련은 의미 있다”면서도 “포털이 언론보도 공정성까지 평가해 진입·퇴출 근거로 삼으면 언론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 정도는 될 수 있다”며 “다만 네이버·카카오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비판을 면하는 미봉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가위는 언론과 이용자 우려를 감안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뉴스 제휴와 심사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뉴스제재 심사를 담당하는 김병희 제2소위원장은 “언론 기사가 바뀌는 트렌드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 기계적 평가가 아니라 내용을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언론을 퇴출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게 주목적이 아니다”라며 “규정을 준수해 자정 노력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데 주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표]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활동 일지
자료:뉴스제휴평가위원회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