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빛` 보는 기술의 공통점

이번 주 두 가지 재미있는 뉴스가 나왔다. 로봇 R&D 분야 ‘컷다운제’ 도입 뉴스와 웨어러블 기기의 골전도 기술 활용 사례다. 둘은 겉으로 정반대 성격을 띤다. 전자는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후자는 ‘오래된 기술도 산업 환경에 따라 유용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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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다운제는 국민 세금을 지원받은 R&D 과제 중 산업적 유용성이 없으면 가차 없이 중도 탈락시키는 제도다. 3개년 이상 수행되는 중·대형 과제는 중간 점검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어떤 기술을 어떻게 이전해 상용화할 것인지가 핵심 평가 지표다.

컷다운제에는 ‘개발만 하고 끝나는’ 과제는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았다. 로봇은 전방 수요산업과 연계가 필수다. 제조 로봇은 제조 현장에서, 서비스 로봇은 서비스 현장에서 쓰여야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로봇 산업은 전방산업 연계를 나타내는 감응도계수가 최하위였다. 정부 조치가 늦었지만 반가운 이유다.

반면에 골전도 기술은 최근까지 민간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던 기술이었다. 이전 세기부터 연구됐지만 1990년대 청약자용 골도 전화기, 공군 조종사용 헤드셋 등 특수 목적 위주로 개발됐다. 시장이 크지 않으니 그만큼 관심도 적었다.

반전 기회는 웨어러블 기기가 열었다. 몸에 직접 닿는 기기 특성 상 인체를 매개로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은 유용성이 높다. 대중성도 있다. 2015년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74.2% 증가한 9630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례 공통점이 더 중요하다. 로봇 R&D 컷다운제는 개발 과정부터 산업 유용성을 지상 과제로 삼는다. 골전도 기술은 유망 산업 트렌드에 발맞춰 기술을 가다듬었다. 진동소자를 소형화하고 성능은 높였다.

산업계와 시장에서 선택받으려 노력을 지속했다. 길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았다. R&D를 수행하는 민간·공공기관 모두 롤 모델로 삼을만하다. 새해 더 많은 신기술이 연구실에서 끝나지 않고 연구실 밖으로 나오길 기대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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