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클라우드 컴퓨팅 본고장 미국에 진출한다. 연초 시범서비스를 거쳐 1분기 정식서비스를 시작한다. 1차적으로 한국 기업 해외 법인고객을 놓고 아마존 등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경쟁한다.
KT는 미 서부지역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상면을 임차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US존을 구축했다고 5일 밝혔다.
KT가 국외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자체 설비가 아닌 외부 IDC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첫 시도다.
KT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이른바 ‘D2G(Domestic to Global Service)’ 고객을 1차 타깃으로 설정했다. 미 클라우드 수요를 선점한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기업과 주요 시장에서 바로 경쟁하지 않고 안정적 진출을 꾀한다.
삼성·LG 등 대기업 미국 사업장과 게임업체 미국 서비스 인프라가 주요 영업 대상이다. 사전 영업으로 국내 대기업과 게임사 등 글로벌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을 상당수 확보했다.
한국 기업은 해외 진출 과정에서 국내와 유사한 IT서비스를 원한다. 국내 사업자만이 가능한 맞춤형 서비스를 요구할 때가 많다. 시장 요구와 달리 마땅한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가 공급되지 않았다. 상당수 기업이 차선책으로 현지 클라우드 사업자를 활용했다.
오히려 해외 이용 경험이 이어져 국내 사업장에도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아마존이 올해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국내 IDC를 대규모로 임차했다. 올해부터 국내 인프라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에 힘을 싣는다.
KT는 D2G 수요에 바탕을 두고 미국 현지에서 영향력을 넓힌다. 네트워크를 제외하면 비용 대부분을 한국 내 서비스와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한국 고객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과 미국에서 경쟁하는 동시에 국내 시장을 수성한다는 전략이다.
KT는 미국 고객 수요 증가 추이를 살펴본 후 하반기 현지 IDC 임차 규모를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KT는 국내 벤처기업 해외 진출을 돕는다. 신생 기업이 미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유연한 IT인프라 도입이 필요하다. KT는 정부와 협업해 클라우드 방식으로 IT인프라 지원을 추진한다.
다음 해외 서비스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동남아는 국내 게임·인터넷 기업 진출이 활발한 곳이다. 자연스레 현지 IT인프라 구축 수요가 급증했다. KT는 미국과 비슷한 형태로 연말께 동남아에 클라우드 서비스존을 마련한다. 서비스존 구축 지역은 싱가포르가 유력하다.
이성욱 KT 기업솔루션본부 클라우드사업팀장은 “기업 고객이 KT 클라우드 사용 경험 그대로 글로벌 서비스를 손쉽게 제공받을 것”이라며 “비용 대비 효과적 요금으로 북미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역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