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종료가 5일로 사흘 앞에 닥쳤지만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처리가 여전히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선거구 부재라는 사상 초유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고, 쟁점법안도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인사회에서 정치권에 개혁과 변화를 주문했지만, 임시국회 내 처리 여부는 극히 불투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열린 범 정계·재계·관계 신년인사회에서 정치권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10년 뒤 우리 청년들이 어떤 일자리를 잡고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든다”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4대 구조개혁을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을 통해 정치권에 5대 노동개혁법을 포함한 쟁점법안 처리를 강하게 압박했던 것과 비교해 이날 발언 수위는 많이 누그러졌다. 쟁점법안 처리 마지막 기회라도 살리겠다는 절박함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정치가 국민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하고, 국민 민생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며 “정치권이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신년인사회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 야당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협상 결과와 경색된 국회 등의 이유를 들어 불참을 통보했다. 여야정 대표 간 물밑 대화 기회도 사라졌다.
박 대통령은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 쟁점법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여야는 여전히 접점을 좁히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남은 대안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뿐이다. 정 의장은 이날 행사에 앞서 쟁점법안 직권상정 계획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정 의장이 그동안 선거구획정안만 직권상정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지만,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입장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정 의장은 4·13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제시했음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가 획정안 심의를 진척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 “상당히 심각한 지경에 왔기 때문에 다시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가야 할 방향대로 의장으로서는 뚜벅뚜벅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처리가 8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처리되지 못하면 1월 임시국회 재소집을 요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야 간 합의를 담보로 무의미한 시간벌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청와대 신년인사회에는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황교안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차관급 이상 정부 고위 공직자, 경제5단체장 등 22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7개 경제단체는 경제 활성화 법안에 대한 정 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했다.
7개 단체는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느냐 과거 일본처럼 심각한 침체를 겪을 것이냐를 좌우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우리가 저성장 고리를 끊고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노동개혁 5법의 조속한 입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