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계열사로 편입된 팹리스 반도체 업체 실리콘웍스가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전방 산업 실적 부진 등 시황은 악화됐으나 실리콘웍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출과 이익을 확대했다. ‘LG그룹사 편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실리콘웍스는 지난해 매출 53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후반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무려 65%나 증가한 수치다. 국내 팹리스 반도체 업계에서 연간 매출 5000억원을 넘긴 첫 사례기도 하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한 목표치를 무리 없이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새해도 실적 호조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새해 실리콘웍스가 6000억원 안팎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실리콘웍스 주력 사업은 디스플레이구동드라이버IC(DDIC), 티콘(T-CON), 전력관리칩(PMIC)이다. DDIC가 75%로 가장 많고 T-CON이 10% 초중반, PMIC가 한 자릿수 중반에서 후반대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최대 고객사는 LG디스플레이, LG전자다.
실리콘웍스는 지난해 5월 LG그룹 계열사로 편입,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작년 초 그룹 계열사 루셈 시스템IC 사업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LG전자 SIC연구소 디스플레이 반도체 설계 부문을 흡수, 통합했다. 4월에는 TV용 발광다이오드(LED) 구동 IC가 주력인 제퍼로직을 인수했다. 지난해 인수한 회사 매출을 새해 온전히 반영하면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5000억원 후반대 매출은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실리콘웍스 측 설명이다.
실리콘웍스는 새해 TV와 모바일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실리콘웍스는 그동안 태블릿 디스플레이 IC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었으나 지난해 여러 회사 자산을 인수하면서 부족한 TV, 모바일칩 분야 기술과 인력을 확보했다. 스마트워치도 신규 매출원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증권가는 새해 상반기 출시될 주요 고객사 워치 후속작에 실리콘웍스 DDIC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성장동력인 차량 반도체 분야 투자도 지속한다. 실리콘웍스는 차량 후미등용 LED 드라이버 IC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용 전력 반도체 등 다양한 차량 반도체를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한대근 실리콘웍스 대표는 “2018년부터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서 의미있는 수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차량 기능안전 규격 ISO26262 사업장 인증을 받고, 매출을 서서히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준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 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며 “최근 LG그룹이 자동차 전장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어 실리콘웍스의 차량 IC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