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가상공간이다. 영화 매트릭스는 가상세계에서 허우적대는 인류를 보여준다. 어느 것이 가짜고 어느 것이 진짜인지 모를 정도로 세계가 확장된다. 이를 흔히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이라고 부른다.
혼합현실 구현 선봉에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선다. 이미 오큘러스, 삼성전자 등이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활용해 앞뒤·좌우·상하에서 끊김없는 영상을 만들어냈다.
다음으로 꼽히는 것이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이다. 증강현실은 실제 존재하는 공간에 입체영상을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관련 제품인 홀로렌즈를 새해 상용 출시한다.
혼합현실 구현 최정점에 선 기술은 홀로그램이다. 추가 장비 없이 공간에다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일본 등이 기초 기술을 확보했다.
홀로그램 구현에는 막대한 데이터 전송이 필요하다. 네크워크, 콘텐츠 등 주변 기술이 받쳐줘야 비로소 상용 서비스로 의미를 가진다.
국내 VR기술 선두업체인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최정환 부사장은 “이미 VR, AR, 홀로그램 기술은 기초 부분이 완성되는 중”이라며 “멀지 않은 미래에 지금 상상할 수 없는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혼합현실이 불러온 장밋빛 미래는 바로 세계 확장이다. VR, AR, 홀로그램 발전으로 제자리에 앉아 세계 각국을 둘러 볼 수 있다. 심해, 우주 등 가기 힘든 지역을 탐사하는 교육도 가능하다.
시공간 제약이 사라져 인류 활동이 보다 고차원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많은 기업이 이 순기능에 주목해 관련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순기능만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가 확장되며 사람에 따라 진짜와 가짜 구분이 사라지는 현상을 겪을 수 있다. 인간 오감이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 반응하며 인류는 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 정신질병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
혼합현실은 필연적으로 인공지능, 개인정보 보호 기술과 연결된다. 인간 수준 지적 능력을 갖춘 로봇이 혼합현실 주연으로 등장한다. 우리는 영화 ‘허(HER)’를 통해 지적 수준을 갖춘 소프트웨어와 인간 사이 사랑을 엿봤다.
혼합현실에서 이뤄지는 대부분 활동은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혼합현실은 로그인부터 말소까지 모든 영역에서 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하다. 세계가 확장하는 만큼 위협도 증가하는 셈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