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일본 도쿄 우에노동물원 취재를 다녀왔다. 1882년 문을 연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식 동물원으로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자이언트 판다를 비롯해 각종 희귀 동물을 사육, 전시한다.
현장에서 만난 동물원 관계자는 올해 나이 스물다섯 여성이었다. 지난 여름까지 서울대에서 석사과정을 밟다 일본에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수달’을 연구했다. 일본어,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와 중국어에도 능통한 인재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해 동물연구길에 들어섰다”는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능통한 4개 국어, 일본 학사, 한국 석사…. 그에게 ‘탐구’ 비결을 물었다. 그는 “메모”라고 답했다. “무조건 기록을 하세요. 보고, 듣고, 생각했던 것을 적으세요. 당장은 쓸모없을 것 같더라도 언젠가는 큰 도움이 된답니다.”
‘사교육 없이 수능만점’과 같은 신화를 일궜던 입시 영웅, 맨손으로 큰 기업을 일군 세계적 기업인까지 강조하는 것이 ‘기록’이다. 우에노동물원도 간토대지진, 태평양전쟁으로 동물을 대거 잃는 아픔을 겪었지만 얼굴조차 모르는 ‘선배의 기록’ 덕에 빨리 재건할 수 있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중국 바깥 동물원에서 자이언트 판다를 키우게 된 것도 이러한 오랜 노하우 덕분이다.
올해 대한민국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삼성그룹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위해 국민에게 읍소했고 삼성페이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상반기 메르스 사태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참혹한 상처를 남겼다.
LG그룹은 주력인 전자 주가가 급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 이후 전장산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만드는 뚝심을 발휘했다. 롯데는 형제의 난에 빠졌고 CJ그룹은 여전히 오너 없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 평균 수명은 30여년이다. 1960·70년대 만들어진 대한민국 주력기업은 이제 50·60돌을 바라본다. 대한민국 대다수 기업도 평균 수명을 넘었다.
2015년도 다사다난했다. 아쉬운 일도 있었지만 그냥 흘려보낼 일만은 아니다. 2015년을 잘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새 목표, 비전도 찾을 수 있다.
서형석 전자자동차산업부 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