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전자지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자지도 데이터와 위성항법장치(GPS) 연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완성차와 IT 업체들은 전자지도 개발 업체를 인수·합병(M&A)해 데이터 확보에 나섰다. 기존에 전자지도 데이터를 확보한 업체들은 실제 주행에 안정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전자지도 데이터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곳은 구글이다. 구글은 2005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맵과 구글어스에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구글카 주행데이터를 통한 구간별 빅데이터도 구축하고 있다. 구글카는 2010년 첫 무인 주행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80만㎞를 달렸다. 구글맵은 고속도로와 시내도로 주행이 모두 가능할 만큼 정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내비게이션 제조업체인 ‘톰톰’은 2012년 애플에 지도 데이터를 공급하면서 구글맵 대항마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 업체 ‘로버트 보쉬’와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고해상도 전자지도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톰톰의 전자지도는 도로 차량들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종합해 다른 운전자들과 공유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도로상황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애플은 스타트카 프로젝트 ‘타이탄’을 운영하면서 최근 6개월 동안 관련 기업 5곳을 인수했다. 5월에는 초정밀 GPS 기업 ‘코히런트 내비게이션’을 인수했다. 9월에는 지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 ‘맵센스’도 인수했다. 애플은 두 회사 인수를 통해 오차 범위 10㎝ 미만 고정밀 GPS 기술이 적용된 전자지도 데이터를 확보했다.
자동차 회사도 전자지도 데이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BMW-아우디-다임러 3개 업체는 최근 노키아 지도 정보 서비스 부문 ‘히어’를 공동 인수했다. 인수금액만 25억5000만유로(약3조2400억원)에 달했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히어가 구글, 애플, 우버 등 미국 IT 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어가 미국 IT 기업에 인수되면 전자지도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컸다.
‘히어’는 노키아가 2008년 미국 내비게이션 업체 ‘나브텍’을 인수한 후 개발한 ‘로케이션 클라우드 지도서비스’이다. 로케이션 클라우드는 자동차 상황을 파악해 3D 지도로 만드는 것이다. 도로 기울기, 커브 곡률, 커브길 고저차, 차선폭 등 미묘한 변화를 데이터로 만들어 자동차 이동방향과 속도를 GPS 위치 측정 데이터와 결합시킨다. 히어는 유럽과 미국에서 자동차 내비게이션 지도 시장 80%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1000만대에 공급하는 것으로 전자지도 공급 업체 중 가장 큰 규모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가 고정밀 전자지도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정밀 전자지도 구축에 집중하기 위해 시판용 내비게이션·블랙박스 브랜드와 유통, 사후서비스(AS) 등 HW 사업 전반을 매각했다. 현재 현대차, 현대모비스와 함께 ‘지도 기반 지능형 운전자 지원시스템(Map Enabled ADAS)’ 개발 프로젝트도 수행하고 있다.
국내 IT업계에서는 네이버 ‘네이버지도’, 카카오 ‘다음지도’, SK플래닛 ‘T맵’ 등 3개 업체가 전자지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자지도 데이터는 현재 T맵 택시, 카카오택시와 같은 택시 호출 서비스와 오토바이 퀵 서비스, 화물 운송 서비스, 대리운전 서비스, 쇼핑 등에 쓰이고 있다. 다만 전자지도 데이터를 자율주행차 기술에 적용하고 있지는 않다. 향후에는 전자지도 데이터 사업에도 진출을 계획 중이다.
류종은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