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규제에 갇힌 데이터 신산업

데이터에 기반한 융합 신산업은 신속한 제품 출시와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장 진입 시기를 놓치게 되면 후발주자가 치러야 할 연구개발 투자 등 대가는 만만치 않다. 최근 대표적 융합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무인기 등은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전통적 기업이 아닌 신흥 기업이 시장을 만드는 것이 큰 특징이다.

미래 자동차 산업 지형을 바꿀 자율주행차는 구글이 디지털 지도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 완성차 업체는 전통적 부품업체와 협력을 기반으로 카메라 및 레이더 센서 기술을 선도한다. 무인기는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 노뜨롭 그루먼 등 2개 기업이 세계 시장 40% 이상을 점유한다. 민간 드론 시장은 중국 DJI가 70% 이상을 선점했다.

우리나라는 기존 인·허가 체계 복잡성과 안전성 우려 등으로 산업화가 지연되는 게 현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전통적 산업과 기술 분류 체계로 융합 신제품에 대한 적합한 인증 기준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또 안전성과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시범 특구 조성이 선진국에 비해 지연됐다. 미국이 2013년 12월 6개 무인기 전용시험장을 지정한 것은 융합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표적인 조치로 꼽힌다. 2000개가 넘는 불합리한 기술규제(기술규정 2020종, 인증기준 203개)로 기업 부담이 가중되는 것도 걸림돌로 꼽힌다.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자 우리나라 정부도 과감한 규제 개선에 나섰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지난해 10월 고속도로 1개 구간(서울-신갈-호법, 41㎞)과 수원, 용인, 안성 등 5개 구간 320㎞에 달하는 일반국도를 시범도로 구간으로 확정했다. 시험운행 요건과 자율주행 조향장치 특례를 마련해 올 2월부터 시험운행을 실시할 예정이다.

무인기는 지난해 10월 부산 중동과 대구 달성 등 4개 시범공역을 지정하고 시범사업자를 선정해 육성에 나섰다. 미래부, 국토부, 산업부 등은 무인비행장치 안전성 검증 시범사업 시행과 함께 지상제어전용 주파수(5㎓ 대역) 세부 기술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사물인터넷(IoT) 융합 제품과 3D 프린팅, 탄소섬유 등 신산업 관련 규제를 발굴해 과감히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IoT 융합 제품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용도자유 주파수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3D 프린팅은 모든 국가산업단지에 관련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소재 및 출력물 유해성과 안전성 등과 관련한 평가 가이드라인을 올해 10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스마트홈 산업과 관련해 제어박스와 주변기기 12종에 대한 KS 표준을 올 6월 제정할 방침이다.

합리적 기술규제 개선도 데이터 융합 신산업 육성에 중요 과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이 유사·중복 시험검사를 받지 않도록 시험검사 방법 국가표준(KS) 준용 또는 통일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 국가표준기본법을 개정하고 분산된 시험인증기관 인정 체계를 부처 협업을 기반으로 단일 인정기구 체계로 개편한다.

손동균 국무조정실 규제총괄과장은 “자율주행차, 무인기를 비롯한 차세대 융합 신산업 관련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수요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2020년 IoT 융합 제품 서비스 분야 3만명 등 신규 고용 창출과 수출 확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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