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2015에 만난 융합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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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인간 정신의 가장 위대한 과업이다. 만남은 융합으로 이어지고 이는 밥과 같이 서로 섞여 하나 되는 과정을 거친다. 쌀이 인문학이라면 야채는 자연과학이고 반찬으로 만들어지면 공학이다. 예술은 이들의 오케스트라이다.

오늘 여기에 소개하는 이 몇 사람은 최근 내가 접한 융합의 달인이다.

2015년은 이 사람들과 함께 ‘하나 되어 같이 가기’를 한 한해였다. 백남준, 원래는 음악과 미학을 공부하여 그것만 해도 벌써 융합인임에도 이후 물리학, 전자공학,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미디어학을 섭렵했다. 시간을 지휘하는 예술가이고 비디올로지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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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비미술, 전통·현대, 예술·기술, 동양·서양을 넘나들고 지금의 인터넷 개념을 예언했다. 스마트폰 기술 원조이기도 하다. 하물며 그는 하늘에 있는 달을 보고 인류의 가장 오래된 TV라고 했다.

오인태, 그의 현직은 지방교육청 장학관이다. 2014년, ‘시가 있는 밥상’을 출간해 별다른 매체 도움 없이 페이스북 만으로 자리 잡은 유명 시인이다. 사실 본인 인정 여부를 떠나 그는, 문학과 기술을 잘 융합한 융합인이다.

SNS를 시와 대응한 협업구조로 생각한 게 틀림없다. 광화문KT빌딩에서 출발한 북카페는 전국 대도시를 순회했다. 그와 페친과의 대화는 항상 페북을 넘쳐난다.

전수민은 프랑스, 미국에서 잘 알려진 화가다. 지방에서 고등학교와 정보대학을 나와 전문가로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중도에 사표를 내고 미술대학에 재입학해 미술을 전공했다. 헤르만 헤세와는 다르면서도 같은 경로를 거친 예술가다. 어려운 사정으로 찜질방에서 생활하고 야간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미대를 다녔다. 오늘 이 시간 한 달간의 미국 전시를 마치고 귀국 짐을 싸고 있을 터이다.

안철수는 의학-전자공학-정치학을 두루 공부한 명실공이 융합인이다. 의과대학 졸업의 의사이면서 컴퓨터치료의 백신개발프로그래머, 성공한 벤처기업인, 교수, 국회의원이다. 그의 전공은 전기생리학(Electophysiology)이었다.

그의 학력과 경력에 이런 저런 평이 많지만 어쨌든 살아있는 융합인으로 부와 명성을 누리고 있다. 그의 자산은 3000억원이 넘고 국내에서 손꼽을 정도다.

고명석은 문화예술론과 매체미학 등을 강의하고 있는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이다. 자연과학대 수학과에 재학 중 인문학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한 인연으로 수학과를 자퇴하고 인문대 철학과에 재입학했다. 그리고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국회에 재직 중에는 방송미디어 관련법, 문화예술 관련법의 제·개정 작업과 정책을 개발했다. 인문학-예술-테크놀로지-도시-미학 등 분야를 가로 지른다. 저서로 ‘예술과 테크놀로지’(2014), ‘도시에 미학을 입히다’(2015) 등이 있다.

박재상은 가수이자 음악PD다. ‘강남스타일’로 유튜브를 뒤집어 놓은 사나이 예명이 ‘싸이’이다. 유튜브가 최대 24억뷰로 세팅되어 있다가 최근 24억7073만710뷰가 되자 한계치를 922경까지 올렸다고 한다. 가히 기술-예술의 푸시풀 효과를 가장 잘 이용한 케이스, 기술 발전과 직접 관련이 되는 융합인이다. 부친도 부자인데 부친보다 더 많은 재산가가 됐다. ‘WTAA(Winner Takes Almost All)’ 멤버이기도 하다.

제프리 쇼는 예술은 그 어떤 매체도 가리지 않고 사용하고 그것을 통해 구현 될 수 있는 담론을 지닌 육중한 기계장치라고 얘기한다. 이 작가는 모든 종류의 기술을 사용해 대중공연물을 제작하는 작업으로부터 출발해 지각 문제와 인공환경이 자연환경을 대체 또는 융합할 때 야기되는 여러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수 많은 가상 설치작품을 제작하게 됐다.

증감현실, 몰입시간환경, 조종 가능한 시네마시스템, 인터렉티브 영역에서 디지털미디어 창의적 활동을 개척했다.

옛날 사람들은 한 사람의 위대함이 전부를 통달하다가 중세기 이후 여러 사람이 한 분야를 다루는 시대가 있었다 하면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따로 하는 걸 하나로 만들어 내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것은 전공간의 융합이고 결국 학문의 울타리가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융합의, 융합인의 시대가 온다. 이게 2015를 보내며 2016을 맞이하는 나의 외침이다.

문정기 만안연구소장 jgmoon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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