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성능컴퓨팅(HPC) 육성사업 수정 목소리가 높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유사사업 중복투자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관계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HPC 지원사업 실효성이 떨어진다. ‘HPC 이노베이션 허브 구축’과 ‘모델링&시뮬레이션(M&S) 4.0’ 두 사업이다. HPC 저변확대를 위한 솔루션 개발이 목적이다.
HPC 이노베이션 허브 구축 사업은 예산심사부터 매끄럽지 않았다. 2017년 완공하는 판교 창조경제밸리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HPC 자원을 지원하는 게 사업 골자다. 당초 미래부는 내년 사업 예산을 14억원으로 책정했다.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개발 9억원, 품질기준 마련 2억원, 수요조사 및 계획 수립 3억원이다. 최종예산은 3억원 줄었다. HW 개발 비용이 전액 삭감됐다. 국회예산처는 판교 창조경제밸리 혁신환경 구축에 불필요한 HPC HW, SW 개발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R&D사업에 가까워 창조경제밸리 혁신환경 구축 사업과 성격이 다르다. HW 개발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HPC 솔루션 개발은 설계, 해석, 가시화 등 전 영역에서 고도 기술이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과 선진국도 사업기간을 10년 정도로 책정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HW 개발은 제외됐지만 중소기업을 위한 HPC용 SW는 개발한다”며 “오픈소스를 활용한 응용 솔루션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M&S 4.0’ 사업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수행한다. 올해 착수했다. 연간 30억원을 투입해 중소기업을 위한 HPC용 솔루션 개발과 적용을 지원한다. 5년간 구조해석, 유체해석 솔루션, 공정 맞춤형 SW도 개발한다. 고가 외산 솔루션 대체가 목적이다.
HPC 솔루션 업계는 불만이다. 제조, 건축, 동력학 해석, 시뮬레이션 등 10여개 국산 솔루션이 있다. 외산 대비 절반 가격이다. 국산제품 활용을 유도해야 할 정부가 유사 제품을 개발한다는 비판이다.
HPC 솔루션 업계 관계자는 “엔시스나 시뮬리아, 카티아 등 외산 HPC 솔루션은 카피당 1억~2억원이 넘는다”며 “절반 가격 국산 솔루션이 10여개가 있는데 정부는 이를 활용하는데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HPC 이노베이션 허브 구축 사업과 중복된다는 시각이 있다. KISTI도 이를 인정한다.
KISTI 관계자는 “내년 착수하는 HPC 이노베이션 허브구축 사업과 M&S 사업은 유사하다”며 “유사, 중복 개발을 피하는 것을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칸막이 행정도 지적된다. HPC 이노베이션 허브 구축 사업은 미래부 2차관실, M&S 4.0’은 1차관실에서 추진한다. 유사 사업이지만 사전 협의가 없었다.
한 슈퍼컴 업체 대표는 “HPC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어 그때그때 필요한 솔루션 중심으로 단기 개발과제만 추진한다”며 “선진국이 HPC를 기술혁신에 활용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