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퀄컴이 회사 분할 계획을 철회했다. 연구개발(R&D)·지식재산권 부문을 칩 제조 부문과 나누는 게 전략적으로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퀄컴은 15일(현지시각) 이사회에서 현 회사 체제 유지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퀄컴 이사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몇 개월 동안 분사를 검토했다. 위원회 자문에는 골드만삭스 그룹과 에버코어 파트너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참여했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기업 구조가 전략적으로 유리해 퀄컴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퀄컴은 기존 체제가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올 4분기 3G와 4G 단말기 출하량이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면서 퀄컴 지식재산권 관련 매출이 증가한 것도 힘을 보탰다.
분사 요구는 퀄컴 순이익 감소로 주가가 올 들어 30% 이상 급락하며 대두됐다. 올 상반기 헤지펀드 자나 파트너스는 퀄컴 지분을 일부 확보한 후 분사 검토를 요구했다. 당시 자나 파트너스는 6명 정원인 퀄컴 이사회에 자사 직원 2명을 앉히고 분사를 추진했다.

퀄컴 수익성 악화는 삼성전자 영향이 컸다. 회사 주요 고객이던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 엑시노스를 스마트폰에 탑재하면서 수익이 줄었다. 대만 미디어텍과 경쟁도 심해졌다. 퀄컴이 칩 판매와 특허 라이선스 사업을 병행하며 고객사와 분쟁도 늘었다. 최근에는 반독점 문제로 미국과 한국, 유럽 등지에서 조사를 받거나 벌금을 물게 되면서 기업 구조조정 압력이 거세졌다.
몰렌코프 퀄컴 CEO는 분사 대신 기업 인수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
사물인터넷(IoT)과 데이터센터 같은 신규 시장으로 진출하는 한편 수요가 늘어나는 저가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고자 전문업체 인수를 검토 중이다. 애플 부품공급 업체 스카이웍스 솔루션이 물망에 올랐다.
퀄컴은 구조조정에도 나선다. 추가 투자비를 확보하고 수익성을 강화하려 인력을 감축한다. 지난 7월 밝힌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4500명이 감원 대상이다. 전체 인력 14%에 해당한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