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장(사장)과 LG전자 경영진이 지난해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4’ 당시 현지 가전 매장 2곳에서 벌어진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논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삼성과 LG과 상호존중의 관계를 정립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윤승은 부장판사)는 11일 1심 선고공판에서 “조 사장이 세탁기를 손괴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과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 9월 3일 독일 베를린 가전매장 ‘자툰’ 지점 2곳에서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3대 문을 수차례 눌러 문과 본체 연결부(힌지)를 고의로 부순 손괴 혐의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지난달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조 사장 일행이 매장을 방문한 시간은 오전 이른 때로 수많은 방문객이 매장에 방문했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매장 직원(프로모터)이 조 사장 일행 방문 시각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등 진술을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매장에 세탁기 설치 목적도 자유롭게 도어를 여닫을 수 있도록 해놓은 만큼 피고인 행위 외 다른 원인에 의해 세탁기 도어 파손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받았다.
조 사장과 함께 기소된 세탁기 사업담당 조 모 상무, 홍보담당 전 모 전무 혐의도 무죄로 결론 났다. 법원은 “조 상무가 직접 망가뜨렸다고 볼만한 직접적 증거가 없고 성명불상자와 공모했다는 증거도 없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 전무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이후 LG전자가 낸 해명 보도자료에 삼성 세탁기가 유독 힌지 부분이 취약하다는 등 허위사실이 담겼다’고 주장한 검찰 기소 중 “보도자료 내용이 허위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허위사실 유포는 객관적으로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전하는 것에 한한다”며 “LG전자 보도자료는 허위사실 유포라기보다 단순의견이나 가치판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명예훼손 혐의는 지난 4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4사가 모든 법적분쟁을 종식시키기로 합의, 삼성이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점을 고려해 공소기각됐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을 내리며 “삼성전자, LG전자 양 사 모두 선의의 경쟁을 하더라도 대한민국 대표 굴지 기업인만큼 상호 존중 상생의 자세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조 사장은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한다”며 “재판장 말씀대로 더욱 기술개발에 충실해서 좋은 제품, 세계 고객에게 사랑받는 제품, 세탁기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여러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삼성 측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