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 백두...알았다 1, 5" 주파수 경매에 암호까지 활용

Photo Image

이동통신사 주파수 경매 전쟁이 ‘전쟁’ 양상으로 치닫는다. 워룸을 설치하고 도청방지장치를 가동하는 것은 기본이다. 군대에서나 사용할 법한 암호책까지 등장했다. 이통업계는 “수조원이 오가는 일이다보니 보안에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10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새해 초 주파수 경매에 나서는 이동통신 3사가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보안준비에 돌입했다.

주파수 경매는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서울이나 수도권 정해진 장소에 정부·이통사 관계자가 모여 주파수 가격을 써내는 작업을 반복한다. 현장에 있는 이통사 담당자는 본사 지시를 받는다. 전화통화를 하기 때문에 보안이 생명이다. 자칫 보안이 새면 10년짜리 황금주파수를 놓친다.

A사는 본사 최고경영자(CEO) 방에 비상상황실(워룸)을 구축한다. 현장보고를 받고 전략을 짜 지시하는 모든 업무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도청방지 장치와 전파차단벽까지 설치해 이중삼중 보안태세를 갖춘다. A사 관계자는 “정부가 북한과 판문점 회담할 때 사용한 방법을 본땄다”며 “모스 부호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B사는 한 발 더 나갔다. 워룸을 구축하고 도청방지장치를 설치하는 건 기본이다. 이 회사는 어쩔 수 없이 도청 당했을 때를 대비해 ‘암호책’을 만들기로 했다. 과거 주파수 경매 때 효과를 본 방법이다. 워룸에서 전화로 특정 단어를 불러주면 현장에서 암호책을 보고 숫자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워룸 위치를 수시로 바꿀 정도로 보안에 특히 예민하다. B사 관계자는 “한라, 백두 이렇게 부르면 현장에서 1, 5 이런 식으로 숫자를 적는다”며 “페이지마다 고유번호가 있어 매번 숫자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C사는 주파수 경매 보안을 묻는 질문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C사 관계자는 “우리도 당연히 보안체계를 갖춘다”면서 “보안방법 자체가 보안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새해 1월 말 제4이동통신 방향이 확정되면 주파수 경매 방법과 일정도 정해진다. 140㎒폭이 경매에 나올 예정이다. 총 경매대가는 최소 3조원에서 5조원으로 점쳐진다. 한 번 할당하면 10년가량 사용자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이통사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이통사 임원은 “1조원 넘는 돈이 왔다 갔다 하니까 숫자 하나에 극도로 예민해진다”며 “현장의 긴장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