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턱에서 진통을 겪었다. 여야간 가까스로 도출한 합의안 마저 뒤집히면서 쟁점법안 처리는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일 여야는 2016년 예산안과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날선 공방을 계속했다. 앞서 여야는 예산안과 5개 쟁점법안을 이날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다시 의견이 갈렸고,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 심사 거부를 선언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2일 새벽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여 예산안과 5개 쟁점법안 처리에 합의한 바 있다. 예산안과 함께 여당이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꼽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과 야당이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내세운 대리점거래공정화법, 모자보건법, 전공의의수련환경및지위향상법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예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내년도 예산안과 5개 쟁점법안 처리 마저 불투명해졌다. 5개 쟁점법안을 심의하는 정무·교육문화체육관광·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는 이날 오전 야당 불참 등으로 공전·파행했다.
여기에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5개 쟁점법안의 법사위 심사를 거부하겠다고 돌연 선언하면서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여야 지도부가 합의하면 법사위를 거치지 않아도 국회 본회의에 법안을 직권상정 할 수 있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은 직권상정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산안에서 가장 큰 쟁점은 무상보육이다. 정부 지원 규모를 두고 새누리당은 약 600억원, 새정치민주연합은 5000억원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섰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3000억원 수준에서 합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수용 불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누리과정 예산 확보 협상은 결렬되고 포기됐다”며 “대한민국의 3~5세 무상교육을 포기해 부모들을 배신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2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해 내년도 예산안을 이날 법정시한안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5개 쟁점법안은 8일 처리를 수정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이날 오후 7시 다시 소집하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이 처리를 주장해온 나머지 경제활성화 법안과 5개 노동개혁 법안은 1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가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임시국회가 언제 소집될지 결정이 되지 않았고, 여야간 의견차가 커서 합의점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여야 합의안이 깨지면서 쟁점 법안에 얽혀 예산안 처리까지 무산된다면 책임을 둘러싼 공방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