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인가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무선통신 1위 사업자가 케이블TV 1위 사업자를 인수하는 초유의 상황을 둘러싸고 방송통신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전담팀을 꾸려 인수가 산업발전과 공정경쟁, 이용자 혜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당국의 허가 여부는 내년 2월 결정된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인가신청서를 제출 기한보다 하루 앞선 1일 미래창조과학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CJ헬로비전 주식 인수와 합병 인가를 동시에 신청했다. 최단 한 달에서 최장 석 달에 걸친 심사가 시작됐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일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 회사 도약이 목적이다. 인수와 합병을 동시에 추진하며 SK브로드밴드를 CJ헬로비전에 통합해 우회 상장한다. 완료 시점은 내년 4월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신청서에는 인수합병에 따른 수요 예측 데이터와 마케팅 방향, 유통망 운영계획, 미디어 콘텐츠 제공, 망 투자와 업그레이드 등을 담았다”며 “미디어 산업과 국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인수합병 관련 이사회 내용도 모두 포함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심사에 착수한다. 인수에는 주식 취득과 합병 과정에서 총 9가지 법안 심사를 거쳐야 한다. 최다액 출자자와 최대 주주 변경, 공익성, 기업 결합 심사가 진행된다. 기간통신사업 합병인가, 종합유선방송사업 변경 허가 등 합병 관련 법안만 다섯 가지다.
조규조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사안별로 법적으로 주어진 기간 내에서 탄력적으로 심사를 진행한다”며 “공정경쟁과 기술·산업 발전, 이용자 혜택, 방송 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18조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 양수와 합병은 미래부 장관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재정·기술 능력, 사업운영 능력, 정보통신자원 관리 적정성, 합병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 보호, 통신 산업의 국제 경쟁력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한다.
미래부는 방통위와 협력해 주로 공정경쟁과 ICT 산업에 미칠 영향을 평가한다. 방송의 공익성과 지역적 특성을 살린 다양성이 훼손되지 않는지를 살핀다. 공정위는 방송통신 트렌드와 해외 사례를 참조해 공정경쟁 제한 여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이동통신 경쟁사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수가 산업발전과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허가를 반대하고 있다. 이미 법무법인을 선임해 경제적·법적 논리를 만들고 있다. 정부는 관련 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듣기 때문에 관련 좌담회나 공개 토론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경쟁사의 한 관계자는 “방송통신 시장을 지배하는 서비스는 ‘무선’인데 무선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방송 시장 지배력까지 갖추면 시장이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며 “산업은 경쟁을 바탕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경쟁력이 한 사업자에만 집중되면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없기 때문에 이번 인수합병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안호천기자·김용주기자 hc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