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강국 일본이 내세울만한 스타트업(Startup)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 산업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기업 가치가 10억달러(1조1600억원)를 넘는 비상장 창업초기기업, ‘유니콘’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유니콘은 신화속에 등장하는 유니콘만큼이나 희귀한 기업가치가 높은 신생 기업을 말한다.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설립한 지 10년 이하 스타트업이 대상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조사업체인 CB인사이트 유니콘 리스트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CB인사이트는 유니콘 기업을 141개, 기업가치는 5060억달러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우버가 510억달러로 1위였으며 그 뒤로 샤오미 460억달러, 에어비앤비 255억달러, 팔란티르 200억달러, 스냅챗 160억달러 순이었다. 100억달러 초과는 13개사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86개(총 기업가치 3100억달러)로 1위, 중국 21개(1130억달러)로 2위, 인도 7개(250억달러) 순이었다. 이어 스웨덴, 독일, 영국이 상위권이었고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태국, 아르헨티나 등도 유니콘을 길러냈다. 한국은 쿠팡(기업가치 50억달러)과 옐로모바일(10억달러) 등 두 개 기업이 리스트에 올랐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이 괄목할만한 스타트업을 길러내고 있다고 분석하고 반면 일본은 세계적인 추세에서 이탈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보수적인 경향이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사업 등장을 저해하고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아키라 키타무라 재팬벤처리서치 대표는 “일본은 벤처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이익을 내기 위해 보수적으로 경영되기 때문에 유니콘 등장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재팬벤처리서치는 기업가치 1억달러가 넘는 일본 유니콘 예비군은 10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시장 진입 장벽 때문에 혁신 스타트업이 자리잡기 힘든 것도 유니콘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기존 세력에 대한 도전을 환영하지 않는 풍조가 있는 나라에서 기세있는 벤처는 자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앞으로 스타트업 성장속도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20세기 기업의 10배가 될 것”이라며 “일본이 이런 세계적 흐름에서 소외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