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리뷰]<2>칭화유니그룹

지난 7월 중국 한 반도체 업체가 세계 3위 반도체 회사인 미국 마이크론을 23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최근 SK하이닉스에 지분투자를 타진했다 딱지를 맞았다.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시장에 중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야심을 드러낸 것으로 한국기업에겐 큰 위기신호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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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제안 회사는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다. 국영기업인 칭화홀딩스의 자회사로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거침없이 글로벌 인수합병을 주도하며 반도체를 10대 핵심산업으로 삼겠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야심을 실현할 주축세력으로 부상했다.

이 회사는 최근 2년동안 94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반도체 기업인 스프레드트럼과 RDA 마이크로일렉트로닉, 미국 휴렛패커드 자회사 H3C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분야에서 급속도로 덩치를 키웠다.

올해 들어서는 7월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인수를 제안했으나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 정부 반대에 막혀 인수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 야심은 거침 없다. 10월에는 자회사인 유니스플렌더를 통해 미국 스토리지 업체 웨스턴디지털의 지분 15%를 37억8000만달러에 매입했다. 이어 웨스턴디지털이 190억달러에 세계 4위 낸드플래시 메모리업체인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했다. 반도체 분야 M&A 중 최대 규모였다. 같은 달 6억달러를 투자해 대만 반도체 패키지 업체인 파워텍 지분 25%를 인수, 최대 주주가 됐다. 파워텍은 규모는 작지만 반도체 후공정으로는 세계 최대 회사 가운데 하나다.

이어 SK하이닉스에 지분 투자를 제의했으며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지분 일부를 사들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제조하는 대만 미디어텍 인수를 추진 중이다. 미디어텍은 AP시장 3위 업체로 삼성보다 시장점유율이 높다.

이달 초에는 신공장 건설에 140억달러 등 향후 5년간 470억달러를 투자해 세계 3대 반도체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칭화유니의 거침없는 행보는 중국 당국의 든든한 지원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세계 수요 1위 품목인 반도체 국산화를 원한다. 세계 반도체 매출 3300억달러 가운데 약 60% 소비를 점유할 정도로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이다. 그러나 자국산 반도체 이용비율은 10% 안팎이다. 2010년부터 반도체산업을 ‘7대 전략 신흥산업’으로 정해 육성하고 있지만 무색할 지경이다.

2014년에는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고 1200억위안(약 21조58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지난 6월에는 외산 비중이 높은 반도체를 국산화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1조위안(약 18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칭화유니는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한국 기업과 격차를 빠르게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정기술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하이닉스·마이크론 3강체제로 안정적인 산업구조를 보이고 있는 D램 산업에서 칭화유니 시장진입으로 치킨게임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또 새 성장동력인 3D낸드시장에서 우리 기업은 일본 도시바, 미국 인텔, 마이크론에 이어 칭화유니와 힘든 전투를 치러야 한다.

칭화유니그룹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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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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