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그룹이 액화석유가스(LPG) 유통 사업 진출을 타진한다. SK가스, E1이 양분해 사실상 과점 체제인 액화석유가스(LPG) 시장에 지각 변동이 생길지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보성 계열사 한양은 최근 LPG 수출입 및 국내 유통 사업 진출을 전제로 사업성 검토에 나섰다.
한양은 최근 자문사를 선정하고 국내 시장 규모, 진출 사업 분야 등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한양은 시공순위 20위권 건설사다. 보성은 건설·개발·레저·에너지·철강을 5대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가스·석유제품 공급, 저장, 중개 및 거래 등 기능을 수행하는 국내 최대 복합물류중심거점을 조성한다는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LPG 사업 진출 검토는 그 첫걸음이다.
업계 관심은 수입사 등록 여부에 쏠린다. 수입사로 등록하고 유통에 나서면 당장 시장 높은 점유율은 확보하지 못한다 해도 SK가스, E1 복점(複占) 체제가 깨지기 때문이다.
국내 LPG 시장은 수입사인 SK가스, E1이 전체 물량 60%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SK가스와 E1의 내수 판매량은 각각 172만톤, 124만톤이다. 나머지 40%는 4대 정유사가 직접 생산한 물량이 유통된다. 한화토탈이 2010년 충남 대산공장에 LPG 인수기지를 건설 후 수입사로 등록했지만 자가 석유화학용 원료로 대다수 사용한 뒤 소량만 국내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한양이 수입사로 등록하면 사실상 제3의 사업자가 나타나게 돼 가격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수입사 자격은 까다롭지 않다. 연간 계획 수입량 가운데 30일치에 해당하는 물량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한 사업자가 스스로 등록할 수 있다. 관건은 신규 수요처 발굴 가능성이다.
비중이 가장 큰 수송용 시장엔 당장 진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차량용 LPG 유통을 위해서는 충전소 확보가 필수다. 신규 LPG 충전소는 허가를 받아야 낼 수 있어 신설이 어렵다. SK가스, E1 또는 정유사 폴 충전소 일부를 인수해야 하는데 경쟁관계를 고려하면 이 또한 녹록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최근 LPG 차량 수요가 매년 크게 감소하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에 가정상업·석유화학용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전제 아래 수요처 발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성이 거점으로 삼고 있는 광주, 전남북 지역은 LPG를 원료로 쓰는 화학기업과 연료로 쓰는 일반 사업장이 밀집해 있어 수요처 발굴에 이점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규 수요처 발굴 가능성이 결국 사업성 검토의 핵심이자 수입사 등록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PG업계 관계자는 “현 시장에서 당장 대규모 물량을 소화할 새로운 수요처를 찾기는 어렵다”면서도 “만약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나타난다면 판매 가격 인하로 택시, LPG 배달, 석유화학 업계 수요 뺏기에 나서면서 시장 전체 가격 인하라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