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황철주 청년희망재단 이사장 "청년은 변화를 좇는 자가 아니라 변화를 만드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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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주 청년희망재단 이사장

청년희망펀드를 운영할 청년희망재단이 지난 5일 현판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1호 기부를 시작으로 두 달간 각계각층이 참여해 800억원(11월 20일기준)이 넘는 금액이 모였다.

재단은 모아진 재원을 바탕으로 △일자리 원스톱 정보센터 구축 △분야별 멘토링 및 특강 △일자리·창업 능력개발사업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벤처기업의 해외 수출을 도와줄 ‘청년글로벌보부상’ 발굴·육성프로젝트 등 주요사업도 관심을 모은다.

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한 벤처기업가다. 황철주 이사장은 사재 20억원을 출연해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설립하기도 했으며, 박근혜정부 초대 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되기도 했다.

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은 황철주 이사장을 만나 청년희망재단 운영계획과 중소벤처기업 지원방안, 청년일자리 창출 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황 이사장은 “청년은 변화를 좇는 것이 아닌 변화를 만드는 존재이며, 힘든 변화의 시기지만 기회는 변화에서 온다”며 청년들에게 희망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김동석(전자신문 부국장)=재단 이사장을 수락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황철주(청년희망재단 이사장)=재단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수락했다. 무엇보다 재단 이사진이 훌륭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기권 고용부장관 등 노사정 대표가 모두 참여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김동석: 펀드에 기부된 금액만 두 달간 800억원이 넘었다. 운영계획이 궁금하다.

▲황철주=청년희망재단은 이미 99%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기부한 사람만 8만명이 넘었고, 기부액이 800억원을 넘었다. 1~2명이 아니라 8만명이 넘는 분들이 우리나라 청년 일자리 창출이나 희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증거다. 이런 생각이 일자리와 일거리 만드는 데 시발점이 될 것이다. 재단이나 내가 하는 일의 99%는 이미 완성했고, 나머지 1% 역할을 할 것이다.

-김동석=일자리 창출과 청년 희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재원 활용 방안이 궁금하다.

▲황철주: 일자리는 청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 기업이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달렸다.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30년 전 당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비교 해보면, 그때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100배 넘게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 중소기업은 그때와 별 반 차이가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차이를 만든 것은 해외 수출이다. 그때 대기업은 해외 영업을 많이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소기업은 해외 수출이 어렵다. 중소기업이 해외 수출을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재원은 청년 종합무역상사를 만드는 것과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나 중소기업이 만든 창조제품을 해외 시장에 실질적으로 팔아주는 역할에 쓰일 것이다. 이공계 출신은 그나마 취업하는 데 문제가 없는데, 인문·사회·예체능계는 취업하기 힘들다. 그런 청년을 글로벌보부상으로 키운다. 중소벤처기업에 취직해 해외 진출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직접 종합무역상을 할 수도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부족한 시장’에서만 성장을 했다. 앞으로는 ‘넘쳐나는 시장’이다. 부족한 시장에서는 1등과 10등이 상생할 수 있다. 1등 제품도 팔리고 10등 제품도 팔린다. 넘쳐나는 시장은 1등 제품만 팔린다.

지금까지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변화를 좇아가면서 발전해왔다. 이제 기술과 상품은 평준화됐고, 변화를 좇아가던 한국도 앞으로는 변화를 만들어가는 입장이 됐다. 희망은 새로운 기회가 생길 때 만들어지고, 기회는 변화에서 만들어진다. 인재상도 변화를 좇아가는 청년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청년이 됐다.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갈 것이냐, 일자리를 만들어 갈 것이냐. 취업을 하면 일자리 하나만 해결되지만, 만약 창조를 하면 나도 해결하고 친구도 해결한다. 이것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의 재정립과 정신력 문제다. 한국 내 경쟁에서, 세계 경쟁에서 이기는 청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김동석=청년글로벌보부상 육성 프로젝트의 청년 선발기준은 어떻게 되는가.

▲황철주=선발 기준은 따로 없다. 청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데, 예산은 한정되니 앞으로 늘려갈 것이다. 지속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 재단 운영 인원이 열 명 남짓이다. 무역협회, KOTRA, 중소기업 단체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시너지가 중요하다. 가능하면 협업하고 융합하고, 빨리 효과적으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김동석=청년희망아카데미는 어떻게 운영하나.

▲황철주=도전한 사람, 실패한 사람 다 멘토가 된다. 인문·사회계열 나온 사람은 창업을 거의 못 하는데, 소프트웨어든 다양한 재교육을 시킬 것이다. 취업을 못 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실력이 부족해 취업을 못 하는 사람이 있고, 실력은 있는데 스펙을 쌓느라 기다리는 사람의 경우다. 못하는 사람은 실력을 키워야 하고, 안 하는 사람은 목표나 가치관을 바꾸게 만들어야 한다.

-김동석=평소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기업가정신의 자질은 무엇인가.

▲황철주=기업가정신은 시대정신이다. 오늘의 정신과 내일의 정신이 같다고 볼 수 없다. 과거의 기업가정신이 지금 맞느냐 보면 아닐 수도 있다. 과거 우리는 기술을 벤치마킹하고 사람을 스카우트하고 시장을 공유해서 돈을 벌었다. 그때는 그 방식이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기술을 벤치마킹하고 사람을 스카우트하면 도둑질 당했다고 여길 수 있다.

이제는 내가 창조를 해야 하고 창조할 사람을 육성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또 새로운 시장에서 나오는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현재에 맞는 기업가정신이다. 그런 기업가가 대한민국을 새로운 곳으로 만들 수 있고, 이것이 사회적 요구다.

-김동석=일자리 창출과 청년 고용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국 공통으로 고민하는 문제다. 이에 대한 사회, 경제적 해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황철주=국내 시장만 보면 해법이 없다. 모방경제에서 창조경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미국, 유럽, 일본 모두 힘들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렀다. 일본은 세계에서 명품을 가장 많이 만든 나라고, 기초과학이 튼튼한 나라다. 장인정신이 살아있고 ‘일벌레’라고까지 불리던 나라였다. 이런 나라도 잃어버린 20년에서 헤어나지 못 했다. 모방경제에서 창조경제로 넘어가는 시기는 어느 나라 혹은 사회에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당기느냐는 것이다. 결론은 창조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이나 돈으로만은 한계가 있다.

창조의 가치를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창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인프라나 의식이 중요하다.

-김동석=벤처기업 1세대로서 경제 위기 극복의 주역으로 앞장서기도 했다. 최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도 기로에 놓여있다. 선도기업인으로서 해법이 듣고 싶다.

▲황철주=창조가 성공하려면 초기기술 육성 시스템이 나와야 한다. 규제개혁만 가지고선 안 된다. 규제개혁에만 매달리면 문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규제는 해법이 아니다. 창조가 필요하다. 인허가만 받는데도 시간이 너무 걸린다. 모방제품 인허가도 1년, 창조제품 인허가도 1년이 걸리면 안 된다. 시간이 너무 지나면 창조제품은 더 이상 창조제품이 아닐 수 있다.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창조제품이 시장에서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육성법이 있어야 한다. 이게 선행이 돼야만 창조경제가 활성화되고 중견·중소벤처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

창조제품을 위한 민간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공무원은 예정대로 인허가를 하고, 민간위원회에서 창조제품 심사를 해서 1~2년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면 인허가를 내줘야 한다. 매출액의 몇 퍼센트는 공탁금을 걸고, 시간이 지나도 문제가 안 되면 공탁금을 가져가면 된다. 초기 시장을 확보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창조경제 성공은 여기에 달려있다. 규제는 규제대로 놔두고,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동석=청년 기업가정신을 재차 강조했다. 이사장의 청년 시절은 어떠했는가.

▲황철주=중학교 때까지는 무조건 놀았다. 그때는 꼴찌에서 세는 것이 더 빨랐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 했다. 중소기업도 다녔고 대기업도 다녔다. 창업할 때 힘들었지만, 창업은 누구나 두렵고 어려운 일이다. 당시는 누구나 어려웠던 시절이다.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극복하지 않으면 망하니까. 극복하지 않으면 죽으니까. 이런 마음으로 살았다. 창업은 여기에 모두 요약돼 있다. 성공은 고통 받았던 만큼 커진다. 성공의 크기는 고통 받았던 크기만큼 커진다. 큰 성공하려면 아픔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극복해야 한다.

우리가 과거 빵을 위해 일했던 시기에는 밤을 새고 일했다. 이후에는 편하고 행복하기 위해 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편하기 위해 일하는데 주말에 일하겠는가. 행복 추구로서 일하면 밤을 안 샌다. 행복은 무엇인가. 우리는 한 번 행복하면 계속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은 걸으면 서고 싶고,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 이를 극복하느냐는 생각이 중요하다. 행복은 물거품이다. 지속되지 않는다. 더 행복하려면 긴 여정을 가야하고, 극복을 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은 한 번에 행복하고, 한 번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스펙에 매달리고 좋은 직장에 매달린다. 공무원이든 대기업이든 들어가 보면 편한 일은 없다. 찰나적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

-김동석=최근 청년들은 ‘3포세대’ ‘헬조선’ 등 어려운 현실을 자조하는 유행어가 등장할 정도로 어렵다고 말한다. 청년 세대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황철주=우리나라 청년만 힘든 것은 아니다. 사춘기도 나만 겪는 것이 아니다. 사춘기는 모든 사람이 다 겪는다. 일본이나 미국을 가면 더 힘들다. 헬조선이란 말을 들으면 세상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고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왜 일본은 ‘헬재팬’이란 말이 안 나올까. 변화는 시작됐다. 희망은 새로운 기회에서 생기고, 기회는 변화에서 생긴다. 이제는 좇아갈 것이 없다.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되라. 취업을 하려하지 말고, 취업을 시켜주는 사람이 돼라. 취업에서 창업으로 생각을 전환하면 더 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만든다. 행복하느냐 행복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에서 나온다. 대기업을 가는 것보다 창업 하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좇아가는 부하가 되지 말고 앞서가는 리더가 되려고 하라. 사회도 새로운 것을 용납해줘야 하고, 청년은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정리=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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