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앤리뷰] LG전자 V10 써보니

‘일단 눈을 감으면 가후쿠는 기어가 거듭 변속된다는 걸 거의 느끼지 못했다. 엔진 소리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서야 겨우 기어비의 차이를 알아챌 정도였다.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부드럽고 신중했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이 아가씨가 시종 편안하게 운전한다는 점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드라이브 마이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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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스마트폰 `V10`

스마트폰 주체는 그동안 스마트폰 그 자체였다. 사용자는 객체였다. 스마트폰이 사용자를 이끌었다. 패블릿이라는 신조어로 완성된 대화면 스마트폰 출현으로 사용자는 더 이상 작은 화면을 원하지 않았다. 싱글코어에서 멀티코어 싸움으로 번진 모바일AP 트렌드도 제조업체 마케팅 열전 중 하나다. 듀얼코어에서 쿼드코어로, 다시 옥타코어 프로세서 등으로 발전하면서 코어 수는 마치 성능을 대변해주는 용어로 쓰였다. 이통사는 3G에서 LTE로 넘어가면서 이에 맞는 스마트폰을 전면에 내세웠다. 피처폰과 3G 모델은 점차 사용자가 멀리하는 제품으로 뒤처졌다.

사용자보다는 이통사가 원했고, 제조업체가 강조했던 사용자경험(UX)이 트렌드를 이끌었다. ‘잘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 아닌 ‘최고 성능을 낼 수 있는’이라는 타이틀이 대세였다. 좋은 제품이란 최고의 하드웨어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지칭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스마트폰 하드웨어가 상향평준화되면서 주체가 사용자로 바뀌었다. ‘최고 성능의’ 폰보다는 ‘잘 쓸 수 있는’ 폰이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사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최대한 깔끔하게 잘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최고’보다는 ‘최적’이 관건이다. LG전자가 ‘시티 어드벤처러’를 대상으로 한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다시 말하면 하드웨어 스펙 싸움보다는 사용자 경험과 가치 전달이 우선이다. 기어 변환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연식의 차를 편안하게 운전해 가후쿠를 목적지에 바래다주는 와타리 미사키처럼 말이다.

김문기 이버즈 기자 moon@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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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V10에서 사운드 성능을 한층 더 강화시켰다. 높은 하드웨어 성능과 조화로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전문가와 일반 사용자가 쓰기에 무리없는 탁월한 UX를 구현했다.

◇보는 폰에서 ‘듣는 폰’ 시대 개막

LG전자 스마트폰 ‘V10’은 뛰어난 내구성과 세컨드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솔루션 등 타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이 부각되는 제품이지만 LG전자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곳은 바로 사운드 쪽이다.

사실 사운드는 스마트폰 성능 중 크게 부각되지 않는 부차적 기능으로 치부됐다. 스마트폰은 이른바 ‘보는 폰’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 WVGA 해상도에서 2K까지 진화한 점도, 3인치에 불과했던 화면 크기가 6인치까지 근접한 점도 엔터테인먼트적 성향 중 ‘본다’라는 행위를 강조해왔다는 증거다. 스마트폰 인터페이스가 ‘터치’ 위주로 구성됐기에 사운드보다는 디스플레이에 더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최근 상황은 다르다. 하이파이 시장 팽창과 고급 DAP 보급으로 더 좋은 음질을 경험하고 싶은 사용자가 늘고 있다. 무손실 음원을 찾는 사용자도 많다. 음원 사이트와 음원 제공업체도 스마트폰 환경을 고려한 음원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재편 중이다. 고가 이어폰과 헤드셋 등 주변 음향기기에 투자하는 사용자도 증가하고 있다.

V10은 사운드 성능에도 공을 들인 모델이다. 먼저 ESS ‘Sabre 32비트 DAC(9018C2M)’ 탑재를 꼽을 수 있다. ESS는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에 주로 쓰이는 DAC를 설계한다. V10은 Sabre 32비트 DAC을 적용해 기존 스마트폰 대비 최대 신호 대 잡음비(SNR) 120dB, 왜곡율(THD) 0.008% 수준 성능을 뽐낸다. DAC는 디지털로 들어오는 음원을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주는 칩셋이기에 오디오 성능의 중요 부분을 차지한다.

통상적으로 음질을 논할 때 CD 수준 음질인 16비트/44.1㎑를 기준점으로 꼽는다. 전자는 디지털 신호 최소단위로 음을 분리해 표현한다. 후자는 초당 몇 번 샘플링을 해주는지 알려준다. 두 수치는 높으면 높을수록 더 뛰어난 음질을 보여준다. 한번에 전달되는 데이터 용량이 다른 셈이다. 저음질 파일에서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고음질 환경에서는 들리는 이유다.

CD음질보다 더 높은 음질은 24비트/192㎑로 보통 MQS라 표현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LG전자 G2가 세계 최초로 24비트/192㎑ 지원 스마트폰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와 팬택 베가 시크릿노트 등이 이를 지원했다. V10은 이론적으로 앞서 출시된 스마트폰보다 뛰어난 음질을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진정한 32비트 음질을 경험하려면 지원 단말뿐만 아니라 출력장치 등 하드웨어 제반 사항과 코덱 등 소프트웨어도 32비트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챙겨야 할 요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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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음악 앱을 열면 고음질 음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고음질에는 `HiFi` 표시가 붙는다.

여기서 LG전자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LG전자는 고음질 생태계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계층이 보다 좋은 음질을 즐길 수 있는 실용적 대중화에 집중했다. 주체는 역시 스마트폰이 아닌 사용자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사용자도 별 다른 설정 없이 풍부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보다 원음에 가까운 고해상도 음악을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업비트&업샘플링’ 기술로 기존 음원 포맷도 더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게 재생해준다. 타 제품이 포맷별 한계를 인식해 중용을 선택한다면 V10은 한계치까지 최대로 끌어올려 음질을 재구성해 들려준다고 할 수 있다.

고성능 외장 DAC에 있는 출력 게인(Gain) 조절 기능으로 다양한 헤드폰에 최적화된 볼륨과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받을 수 있다. 3.5pi로 연결된 헤드폰 임피던스 특성에 맞춰 자동으로 충분한 음량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300옴 고급 헤드폰을 연결하면 기존보다 더 풍부한 음량을 쏴준다. 사용자가 보유한 헤드폰 특성을 자동으로 감지한 정보를 보여주는 셈이다.

LG전자는 V10 알림센터에 따로 ‘HI-FI DAC’ 버튼을 배치했다. 언제든지 사용자가 켜고 끌 수 있다. 켠 상태에서는 ESS 32비트 DAC와 AMP를 이용해 오디오 성능을 높인다. 성능이 증폭되면서 전력소모율이 기존 대비 약 23㎃ 증가한다. 끈 상태에서는 기본 상태로 돌아온다. 퀄컴 WCD9330 코덱을 통과해 기존 모델과 동등한 오디오 성능과 전력소모를 가진다.

사실 설명이 장황하다. 굳이 사용자가 알 필요는 없는 내용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헤드폰만 꼽으면 끝이다. 나머지는 V10이 알아서 Hi-Fi 모드로 전환돼 최적 음량으로 최상 음질을 들려준다. 사용자는 볼륨을 75단계로 미세 조정하고 헤드폰 왼쪽과 오른쪽 편차만 자신의 귀에 맞게 조절할 뿐이다.

실제로 V10에 여러 포맷 음원을 다운로드 받아 재생해봤다. 출력장치는 하이엔드 모델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번들 이어폰인 쿼드비트3를 골랐다. 막귀이기도 하거니와 일반 사용자가 고가 장비 대신 보통 이어폰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서다. 쿼드비트3는 네 개 층을 이룬 진동판과 음색 보강 필터 등을 탑재해 번들 중에서도 꽤 높은 성능을 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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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원이 고음질인지 알기 어렵다면 용량을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많은 용량은 MQS, 중간은 Flac, 가장 적은 용량은 MP3 포맷의 음원이다.

음원도 가요를 골랐다. 보아의 ‘온리 원’이다. 멜론 원음전용관에서 16비트/44.1㎑ 음원을 받고 그루버스에서 24비트/96㎑ 음원을 결제했다. 보통 멜론 원음전용관은 CD음질 수준이다. 그루버스는 MQS 음원을 주로 받을 때 이용한다. 음원 음질은 사실 용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MQS는 약 80MB, 멜론Flac는 약 22MB, 일반MP3는 5MB 내외다.

각 음원을 바꿔가며 청음했을 때 정확한 음질 평가는 어렵지만 확실히 고음질 음원 소리가 공간감이 뛰어나고 소리가 명료함을 확인할 수 있다. Hi-Fi DAC를 끄고 켜면서 들었을 때는 마치 반투명한 커튼이 열리고 닫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대체적으로 MP3 음원을 Hi-Fi DAC를 켠 상태로 들으면 끈 상태 MQS 음원과 비슷한 음질이 구현되는 듯하다.

고음질 헤드폰으로 교체하면 음질 차가 보다 선명해진다. 출발선에서 막 달리기 시작했을 때는 큰 차이가 안 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듯하다. 소니 MDR-1ADAC로 청음 했을 때는 고음질 음원을 더 내려 받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일반MP3 파일도 비교를 위해 들었던 갤럭시노트4보다 귀가 즐겁다. 개인적으로 V10은 고음질 음원 감상을 고민하거나 첫 진입하는 입문자에게 경제적 제품일 듯 싶다. 일단 단말을 따로 살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스마트폰 ‘최상’보다는 사용자에게 ‘최적’

V10은 사운드 성능과 마찬가지로 여타 기능도 사용자에게 맞춰졌다. ‘최상’보다는 ‘최적’이라는 표현이 맞는 성능이다.

우선 내구성이다. V10은 스테인리스 스틸 316L를 사용해 단단함과 아름다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스테인리스 스틸 316L은 내부식성과 강도가 높고 알레르기를 유발시키지 않아 명품 시계나 외과용 수술도구 등에 쓰이는 고급 소재다. 알루미늄을 주로 사용하는 타사 제품보다 강성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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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V10은 스테인레스 스틸 316L으로 내구성을 더 높였다.

실생활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때 가장 많이 지면에 부딪치는 곳이 모서리다. V10은 양측 면에 압연 공법으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입혀 충격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실제로 V10 낙하실험을 진행해본 결과(www.ebuzz.co.kr/news/article.html?id=20151019800011) 타 제품보다 우수한 내구성을 보여줬다.

후면부터 이어지는 실리콘 소재 듀라 스킨은 그립감을 높여준다. 부드러우면서도 유연한 특성을 갖춘 소재로 손에 폭하고 들어온다. 손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주기도 하고 잘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디스플레이는 ‘퀀텀 IPS’가 쓰였다. LG 마케팅 용어다. 말 그대로 퀀텀 점프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G3와 대비했을 때 색재현율과 휘도, 명암비 등이 향상됐다. 여기에 새로운 디스플레이로 ‘세컨드 스크린’이 추가됐다. 메인 디스플레이를 켜거나 잠금을 해제하지 않고도 필요한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쓰다 보면 웨어러블 장점을 흡수한 듯한 사용성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꺼내 별다른 작업 없이도 날씨나 시간, 배터리 잔량, 각종 알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앱 바로가기를 많이 사용했다. 스마트폰을 쓰다보면 자주 쓰는 앱이 정해져있다. 자투리 시간에 즐기는 게임과 SNS를 주로 사용한다. 세컨드 스크린에 설정해두면 메인화면 진입 없이 터치 한번만으로 해당 앱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익숙해지면 꽤 편하다.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꾸듯 원하는 서명을 쓸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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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스크린을 통해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각종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빠른 앱 진입과 멀티태스킹에도 도움을 준다.

카메라는 G4보다 더 진보했다. 전문가 모드를 확장해 비디오 전문가 모드도 도입했다. 노출을 보정하고 셔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무엇보다 녹음되는 오디오를 설정할 수 있다. 마이크 세 개와 윈드 노이즈 필터를 탑재했다. 방송용 ENG 카메라급 EIS 모듈을 적용해 일상적 손떨림을 잡아준다. 촬영한 클립을 자동으로 편집해주는 ‘스냅 비디오’와 간단한 편집·공유가 한번에 가능한 ‘퀵 비디오 편집기’ 등도 사용할 수 있다.

전면은 듀얼 카메라를 장착했다. 국내 최초다. 두 개 렌즈를 이용해 120도 와이드앵글과 80도 일반 앵글로 동시 촬영이 가능하다. 셀카봉과는 안녕이다. 총 세 대의 카메라로 ‘멀티뷰 레코딩’ 촬영도 가능하다. 분할 수를 선택해 원하는 앵글을 지정하면 한 컷씩 촬영된다. 결과물은 자동 저장된다. 사용자 취향대로 조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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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V10 촬영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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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V10 촬영 결과물

V10은 착탈식 배터리를 적용했다. 3000㎃h 용량으로 비디오 HD 기준 13.6시간, 음악 기준으로 93.8시간 재생할 수 있다. 64GB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면 마이크로SD카드 슬롯으로 용량을 늘릴 수 있다.

후면에는 지문인식이 추가됐다. 노크 코드와 함께 또 하나의 잠금 설정이 가능해졌다. 앞뒤로 다 열리는 셈이다. 지문인식은 차후 모바일 결제 서비스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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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V10 후면 홈버튼은 지문인식을 겸하고 있다.

와타리 미사키는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가진 아가씨다.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다. 일종의 프로의식도 있다. 배우로서 다양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가후쿠를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바래다준다. 평소 예민한 가후쿠도 그녀가 운전하는 차 속에서는 단잠에 빠질 정도로 훌륭한 운전 솜씨를 갖추고 있다. ‘V10’이 그렇다. 불필요한 기능은 없다. 사용자가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최적의 성능을 발휘해준다. V10은 하루키 단편 속 와타리 미사키와 여러 부분에서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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