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고급차 심장부인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1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그마 가브리엘 독일 경제부 장관은 “독일 정부는 테슬라모터스와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가 독일 정부와 접촉 중”이라며 “공장 건설을 지원하는 지역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건설 계획과 최종 결정 시기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공장 건설 가능성에 대해 머스크 CEO와 논의 중”이라며 “공공자금 지원을 원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왜 독일인가?
테슬라가 배터리 공장 부지로 독일을 선택한 이유는 결국 비용 절감이다.
테슬라는 현재 파나소닉과 LG화학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전기차 한 대 팔 때마다 수백만원을 손해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생산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비용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 ‘기가팩토리(Gigafactory)’라 불리는 초대형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파나소닉 독점 공급체제에서 LG화학을 추가한 것도 같은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은 테슬라에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올 3분기 기준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전년동기대비 62.2% 늘었다. 판매 비중도 30%가 넘는다.
미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 생산이 부담을 덜 수 있다. 테슬라는 이미 네덜란드에 유럽 최초 조립 공장을 개설했다. 독일은 유럽 중심에 위치한다. 네덜란드는 물론이고 최근 디젤 중심에서 전기차 지원으로 방향을 선회한 프랑스와도 인접했다.
최근 발표한 독일 정부 지원정책도 한몫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6월 2020년까지 독일에서 전기차 100만대가 운행하도록 충전소를 비롯한 각종 인프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는 물론이고 연관 시장도 커지는 셈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외에도 전력 저장용 배터리 시장도 넘보고 있다. 독일이 가정용 배터리 저장시스템의 주요 시장이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테슬라는 이미 일반 가정이나 전력 회사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벤츠, BMW 등 고급차 메이커와 충돌 불가피
독일 배터리 공장 설립은 테슬라가 대표 고급차 메이커인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아우디와의 본격 경쟁국면을 맞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현재 유럽은 기존 경유차에서 전기차로 중심이동 중이다. 폭스바겐 사태 이후 전기차 대세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독일 자동차 메이커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BMW가 가장 적극적이다. 전기차 i3와 i8 개발에 6억유로(7850억원)를 투자했다. 2020년까지 전기차 1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아우디는 대형 전기차 콘셉트카 ‘e트론 콰트로’를 최근 선보였다. 세단형 전기차가 아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을 달릴 수 있다. 2018년 양산이 목표다. 테슬라 모델X와 직접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테슬라 모델S와 경쟁할 전기 세단을 내놓는다.
디터 제체 다임러 회장은 “스마트와 B-클래스 등 소형 전기차를 이미 출시했다”며 “앞으로는 대형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 테슬라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인 1회 충전 운행거리와 충전시간 등 기술력에서 앞선다.
모델S는 이미 일반 전기차 운행거리 한계를 넘어 실용 주행거리를 400㎞ 이상으로 늘렸다. 최근 선보인 전기SUV 모델X도 400㎞가 넘는다. 1회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셈이다.
충전시간도 줄였다. 30분만 충전해도 270㎞는 갈 수 있는 슈퍼차저를 개발했다. 충전인프라 확대를 위해 관련 특허까지 무료 공개했다.
성능도 따라오지 못한다. 모델S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2.8초다. 스포츠카 중에서도 최상급 수준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CEO는 최근 “2020년까지 네덜란드 조립공장에서 연간 50만대의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내년 초에는 유럽 내 다른 지역에도 생산 기지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