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곳간을 채워가고 있는 한국전력이 속앓이를 한다. 폭리논란과 함께 전기요금 인하 이슈, 적자에 직면한 LNG발전 업계 불만이 한전 영업이익과 비례해 커지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생 사안으로 전기요금 인하 이슈가 떠오를지도 관심사다.

한전 직원은 요즘 실적 관련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44조2656억원, 영업이익은 8조6679억원을 기록했다. 누계 기준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4.0%, 영업이익은 76.3%나 급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4조3401억원으로 ‘대박’ 났다.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차익까지 3분기 실적에 반영되면서 순이익은 497% 폭증한 9조2297억원을 기록했다.
호실적 직접 배경으로 영업비용 55%를 차지하는 발전변동비(발전연료비+구입전력비) 감소를 들었다. 최근 전력예비율이 안정권에 들면서 기저발전원인 원자력과 석탄발전 설비 가동률이 상승했다. 유가하락으로 LNG발전 단가마저 급락하면서 전력시장가격(SMP)이 크게 하락했다. SMP는 작년 동기 133원/㎾h에서 85원/㎾h로 떨어졌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파는 전기요금은 그대로인데 발전과 전력구매 비용이 줄어드니 영업이익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적자경영 늪을 벗어나 실적 개선이 확연한 겉모습과 달리 한전 내부 고민은 커지고 있다. 전력부족 당시, 한전은 적자에 허덕이고 민간발전사는 실적 잔치를 벌였던 과거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민간발전업계와 수익 균형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시장에선 LNG 발전소는 가동도 못하고 판매비도 낮아 올해 무더기 적자가 불가피한 마당에 한전은 공기업 치고 너무 많은 실적을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민간발전사가 요구해온 용량가격 인상이라도 진행해 발전 부문과 판매 부문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동안 용량요금 인상을 연기해 온 가장 큰 이유가 한전의 적자와 전기요금 상승 우려였던 만큼 지금처럼 호실적을 내고 있을 때가 용량요금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전기요금 인하란 국가적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초 대통령이 유가하락과 관련 전기와 가스요금 인하 검토를 언급한 바 있다. 이후 가스요금은 실제로 계속 내렸지만 전기요금은 여름 한철 누진제 구간조정으로 간접 인하만 했을 뿐 별다른 조정이 없었다. 업계는 이를 근거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하 이슈가 일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한전이 지금 실적상황으로는 전기요금 인하 요구를 막기엔 명분이 약해졌다는 시각이다. 한전은 3분기 LNG 연료비와 중유 연료비 약 9850억원, 전력구입비 5000억원을 절감했다.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절감분은 고스란히 영업이익에 더해졌다.
한전 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간발전사와 수익차를 줄이거나 전기요금 인하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된 것은 맞지만, 그동안 부채규모가 워낙 컸고 에너지신산업 추진과 온실가스 감축 등 새로운 투자와 변수도 많다. 용량요금 인상 등으로 발전 업계와 수익격차를 줄이자니 싸고 안정적 전기를 공급하는 한전 기본가치와 상충하고, 전기요금을 인하하자니 앞으로 추가 투자가 예상되는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한전 호실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017년까지 원전 1기와 석탄발전은 10기가 더 늘어난다. 저원가 발전기가 늘어나면서 전력도매시장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LNG 중심 민간발전사 경영상황은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
업계는 민간발전사가 적자가 현실화되고 총선 국면이 시작되는 내년 초에 한전 실적과 전기요금 관련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발전사 적자 이슈가 우려 정도로만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로 적자 현상이 확산되면 정부 차원 움직임도 예상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이라면 축하해 줄 일이지만 공기업이라는 위치에서 호실적은 반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며 “여러 곳에서 한전 실적 얘기가 언급되는 상황에서 총선 시기까지 겹친 것은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