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 가격 규제해 요금인하 유도한다.’
일본 정부의 한국식 ‘단통법’ 도입은 휴대폰 가격인하를 규제해 요금인하를 유도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9월 아베 신조 총리가 경제재정 자문회의에서 가계 부담 경감을 이유로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하자 대책을 모색했다. 다카이치 총무성 장관은 “통신요금 인하가 가처분 소득의 증가로 이어지면 좋겠다”며 요금인하 방법을 연구했다.
결국 통신요금 인하 방안으로 과열로 치닫고 있는 휴대폰 단말기 가격인하 경쟁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민간시장에 지나친 개입이고 외산 휴대폰업체 시장잠식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어 제도 도입은 미지수다.
◇과도한 할인 막아 요금인하 유도
가격인하 규제 배경은 과도한 휴대폰 할인이 요금인하를 막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 16일 열린 비공개 전문가 회의에서는 10만엔 정도 단말이 거의 0엔으로 살 수 있을 정도로 할인이 과도하다는 증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과도한 단말 가격할인으로 요금인하가 제한되면서 일본 소비자 통신요금 부담은 커지고 있다. 휴대폰 단말 할인 비용 부담이 일반 고객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 수 천억엔 가격 인하 재원이 통신료로 충당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성 가계 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일본인 가구의 소비 지출 가운데 휴대폰 요금 비율은 지난 10년간 약 20% 증가해 4.4%를 차지했다.
일본 총무성은 데이터 통신 이용이 적은 사람을 위한 저렴한 요금제를 마련하거나 단말기 가격과 통신 요금을 분리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사업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저렴한 스마트폰 회사 육성책 등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지나친 개입 우려 있어
단말기 가격인하 규제는 정부의 지나친 민간시장 개입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일본은 1985년 통신자유화가 실시된 지 30년이 경과하면서 휴대폰 요금은 인허가도 신고도 필요없는 사항이다. 제도가 도입되려면 시장 발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 규칙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관건이다.
일본 휴대폰 업체 입지를 좁힐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에서는 휴대폰 보조금을 제한하는 단통법 도입으로 아이폰 시장점유율만 높였다는 지적이 있다. 가뜩이나 낮은 일본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MM종합연구소의 ‘2015년 상반기(4월~9월) 휴대폰 출하현황’에 따르면 애플 출하대수는 631만대로 점유율 38.5%를 차지하며 2011년 하반기 이후 8분기 연속 점유율 1위를 지켰다.
가격인하가 규제되면 내수시장에서도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소니 샤프 후지쯔 등 일본 업체 시장 점유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가격 인하가 제한되면 시장 점유율 확대에 차질이 예상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