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동의 사이버세상]<19> 사이버전장으로 영역 넓히는 이슬람국가(IS)

Photo Image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연쇄테러를 벌이면서 전장을 세계로 넓히고 있다. 13일 밤 파리 도심 한복판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조직적인 테러를 저질러 500여명 사상자를 냈다. 르 피가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발생한 최악의 유혈사태”라고 보도했다. 지난 1월 12명이 사망한 ‘샤를리’ 테러는 이슬람을 풍자한 잡지 만평(漫評)을 문제 삼았고, 파리 연쇄테러는 9월부터 미군을 지원해 시리아의 IS 점령지역 공습을 빌미로 삼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 여객기 추락으로 탑승자 224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도 IS 소행으로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지난 9월부터 시리아 내 IS 공습에 가세했다. 미국 공습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호주와 캐나다도 자국에서 테러를 당했다. 미군에 금전적 지원을 한다는 이유로 일본인 인질 두 명이 무참히 살해되기도 했다.

9·11테러 이후 14년 만에 세계가 다시 ‘테러와의 전쟁’에 직면했다.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어떤 형식으로든 대(對)테러 전선에 동참을 요구 받을 수 있다. IS가 이런 사실을 꼬투리 잡아 한국인을 테러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4년 2월 이슬람 무장단체가 한국인이 탄 성지순례 관광버스를 겨냥해 자폭테러를 저질러 한국인 3명이 희생되고 14명이 부상을 입은 전력이 있다.

전쟁은 서로 대립하는 국가 간 또는 국가와 이에 준하는 집단 간에 군사력과 각종 수단을 동원해 상대 의지를 강제하려는 행위다. 반면에 테러리즘(terrorism)은 폭력을 이용해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려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테러와 전쟁 개념은 많은 부분 중첩된다. 테러리스트는 폭탄테러를 수행하기 위해 여권 위조나 돈세탁·협박 등 범죄행위를 수반한다. 국가를 상대로 한 대규모 폭탄테러는 전쟁이나 다를 바 없다. 세계가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무차별적인 메가(mega) 테러를 우려해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을 때 사망한 미군은 2500여명이었다. 이에 비해 9·11테러에 따른 사망자는 2750여명으로 집계됐다.

사이버공간 확장으로 범죄·테러·전쟁 간 개념적 구분은 더욱 어렵게 됐다. 북한으로 의심되는 사이버공격은 적성국가에 의한 적대적 행위, 즉 전쟁행위로 간주될 수 있으며 범죄와 테러 속성도 동시에 가진다. 이처럼 범죄·테러·전쟁은 일련의 연속적 스펙트럼상에서 인간의 폭력적 행동으로 나타난다. 사이버공격은 비파괴적인 행위부터 물리적 피해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연결성이 확대될수록 우리는 다양한 테러 위험에 노출된다. 극단적 테러집단에는 막대한 규모의 피해를 가할 수 있는 기회가 한층 많아졌다. 비국가 행위자나 테러리스트 공격을 사전 차단하거나 진원지를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에 희생자 혹은 잠재적 희생자들에까지 엄청난 혼란과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

테러리스트의 디지털 기술 활용은 2008년 11월 인도 ‘뭄바이’ 테러사건에서 잘 나타났다. 복면을 쓴 10명 무장괴한이 사흘간 인질극을 벌인 끝에 약 200명이 숨졌다. 테러범들은 구글어스를 이용해 지형물을 확인하고 테러 대상자 위치를 알아냈다. 파키스탄에서 보트를 타고 뭄바이로 오면서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했고 발신자 추적이 어려운 인터넷전화를 사용했다. 테러 지휘자들은 위성TV로 생중계 화면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명령을 하달했다.

지구촌을 휘감고 있는 네트워크는 테러행위 진입장벽을 현저히 낮췄고 IS와 같은 극단적 테러집단에 얽히고설킨 인터넷 자체가 역동적인 활동무대가 되고 있다. IS는 자신의 적대세력을 조금이라도 지원하면 가차 없이 보복하고, 무슬림이라도 자신들이 추앙하는 알바그다디를 칼리프(이슬람 최고지도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할 정도로 무자비하다. 이런 무자비함을 인터넷으로 무기화하고 젊은이들에게 잘못된 환상을 품게 만든다.

IS는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 자신들의 망상적 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예고편 같은 유혹적인 동영상으로 젊은이의 감성을 자극하고 세계 어느 곳이든 사회불만 세력을 찾아내 포섭한다. 이렇게 사이버공간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면서 별다른 희망 없이 살아가던 일부 젊은이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언제 어디서든 IS 사주를 받아 테러를 자행할 수 있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로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테러의 본질은 물론이고 자유분방하고 무질서한 사이버공간 속성을 꿰뚫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viking@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