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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남, 울산을 잇는 동남권이 제조업 침체를 극복할 돌파구로 지역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내걸었다.
정부와 지자체 협력으로 융합 기술과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창조경제 구현을 목표로 지역산업 고도화와 고부가가치화 융합 성과를 확산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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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융합 성과 ‘쑥쑥’
부산연구개발특구 연구소기업 슈퍼티그웰딩(대표 조상명)은 지난달 새로운 특수합금용접(클래드용접) 기술을 개발했다. 종전보다 용접 양과 속도를 최고 20배 높인 ‘슈퍼티그 자동용접시스템’이다.
‘티그용접(TIG Weld)’은 텅스텐 등 마모가 잘 안 되는 금속을 용접 전극으로 이용하는 불활성 가스 아크 용접을 말한다. 플랜트용 철강 파이프 제작에 많이 쓰인다.
국내 플랜트업계와 용접업체는 연간 수입대체 1000억원, 수출 5000억원 효과를 기대한다. 높은 생산성과 효용성이 알려져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등 세계 철강 및 플랜트업체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 기술을 금속 3D프린팅과 결합하면 고품질 금속 부품을 더욱 빠르고 정교하게 생산할 수 있다. 용접업은 물론이고 열악한 국내 뿌리산업 경쟁력 향상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 영풍전자와 익스트리플은 지역대학과 산학 공동연구로 ‘증강현실(AR) 기반 정밀기계 운용 시스템(메타뷰)’ 개발에 성공했다.
메타뷰는 경남 주력산업인 정밀기계 설치와 유지보수,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AR시스템이다. 가상 화면을 손동작으로 제어하며 화면 속 각종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산업 현장 첨단 장비 설치와 운용, 유지보수, 정비, 훈련 효율을 높여준다.
두 업체는 AR모션인식 장갑 등 지식재산권 세 건을 확보하고 군 장비 운용 교범에 적용해가고 있다.
울산 현대중공업과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최근 전국 유망 개발자를 대상으로 ‘긱스 온 십스(Geeks on Ships:선상 위의 괴짜)’라는 기술 아이디어 발굴 및 구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드론,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 개발자와 디자이너, 기획자, 지역 대학생이 참가했다.
참가자는 현대중공업 현장을 탐방하고 팀 단위로 2박 3일 동안 ‘선박 안전 시뮬레이션 시스템’ 등 20개 조선해양ICT 융합 아이디어와 기술을 발굴,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적용 가능성, 기존 기술과 중복 여부, 개발 제약 사항, 고객 요구 존재 등을 종합 평가하고 상용화해 나갈 계획이다.
출연연 등 연구기관과 대학 간 융합 연구 성과도 두드러진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주목받는 탄화규소(SiC) 반도체 소자를 자체 개발해 우리나라 전력반도체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 소자는 기존 외산에 비해 크기는 절반이고 전력 소모는 20%에 불과하다.
정윤석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팀은 최근 전기차 리튬이온전지 안정성을 높인 고체 전해질 제조기술을, 고현협 교수팀은 미세한 압력·진동·온도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인공 전자피부를 개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자체·지역 기관 등 전방위로 신사업 추진
조선해양IT, 전지, 지능기계 등 여러 분야에서 산학연 융합 성과가 이어지면서 동남권 세 개 지자체와 창조경제혁신센터, 테크노파크, 연구개발특구, IT진흥기관 등은 융·복합 지원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구축한 ‘SW융합클러스터 센텀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조+SW’ 융합 과제를 추진하며 지역 산업 고도화에 나섰다. 오는 2020년까지 888억원을 투입해 ‘해양 융·복합소재 산업화’도 추진한다. 수분, 고염분, 심해압력 등 극한의 해양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새로운 섬유 및 소재를 개발하고 관련 기업을 지원한다.
울산시는 최근 국·시비 등 약 1100억원을 투입하는 ‘ICT 융합 인더스트리4.0(조선해양)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 사업은 산학융합형 하이테크타운 조성과 선박 안전 경제운항 분석, 디지털 생산, 선박 원격 유지보수 등 ‘스마트십 기반 및 응용기술 개발’이 핵심이다.
부산테크노파크는 국내외 마케팅과 기술 사업화에 역점을 두고 전국 최대 특화부속센터를 십분 활용, 예비 창업자부터 중견기업까지 기업 맞춤형 종합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남테크노파크는 올해 들어 산업 고도화를 위한 ‘ICT 융합 신산업 육성사업’을 중점 추진한다. 기계와 조선해양, 항공, 국방, 농업 등 경남 주력·전통산업에 ICT를 융합해 ICT융합 전문기업 100개 육성, 1000개 제조기업 스마트 공장 전환이 목표다.
울산테크노파크(원장 김창룡)는 정밀화학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 프로그램을 전개해 기업 기술개발과 제품 양산, 매출 확대라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양산 실증화를 위한 스케일업 과정과 신규 생산라인 건설을 위한 엔지니어링 데이터 확보, 타깃 시장 진출을 위한 시제품 제작 등으로 구성돼 있다.
◇IT·SW산업 토대 강화는 숙제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느 지역보다 어려운 곳이 동남권이다. 하지만 제조업 위상은 타 지역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융합 토대인 정보기술·소프트웨어(IT·SW)산업은 어떨까. 수도권과 그 외 지역에 비해서도 여러 면에서 열세다.
통계청 자료에 기반을 두고 지역SW산업발전협의회가 조사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 IT·SW사업체는 5만8710개다.
이 중 동남권은 부산(2878개, 4.9%), 울산(532개, 0.9%), 경남(1814개, 3.14%)을 합해 전국 대비 9%가 채 안 된다. 총매출 규모는 서울, 경기, 동남, 대경, 충청, 호남 여섯 광역권을 비교한 결과 5위로 호남권보다 높았지만 기업체 수로 나눈 평균 매출액은 최하위다.
과거 동남권 IT·SW산업은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지역 제조업 발전과 함께 호황을 누린 적도 있다. 지역 주력산업이 성장세면 IT·SW업계는 일거리를 많이 확보했고 반대일 때는 동반 침체를 겪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독자 기술로 무장한 수도권과 해외 IT기업에 밀려 설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서태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은 “해법은 IT산업 자생력이다. 자체 기술과 제품을 개발·확보하고 지역을 넘어 전국 단위로 공급하며 나아가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IT산업이 자체 경쟁력을 갖춰야 지역 IT융합산업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