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바퀴는 기원전 3500년경 만들어진 메소포타미아 전차용 나무바퀴다. 하지만 바퀴가 여행용 가방에 달리게 된 건 1970년대에 이르러서다. 약 5500년 동안 바퀴는 탈 것에만 사용됐을 뿐, 그 누구도 가방에 달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바퀴와 여행용 가방은 영역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역을 넘어선 순간, 새로운 제품이 탄생했다.
이미 존재하는 특허를 새로운 영역에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다. 한국발명진흥회가 추진하는 이종특허 검색 방법론 서비스다. 기술분야가 다른 ‘이종특허’는 특허 보장범위 밖에 있기 때문에, 특허침해 없이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우리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치는데 부끄러워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단순히 베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는 얘기다.
치과용 핸드피스도 이종특허 검색을 통해 개량됐다. 기존 치과용 핸드피스는 드릴을 고정 또는 분리시키는 버튼 때문에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없었다.
발명진흥회는 이 문제를 이종특허와 창의적 문제해결방법론(TRIZ)을 이용해 해결했다. 버튼이 없어도 드릴을 고정시키는 방법을 찾아 특허를 검색했다. 최종적으로 이종특허인 자석으로 태그를 제거하는 상품도난방지장치 특허를 응용해, 버튼을 없앤 소형 핸드피스를 개발했다.
황진원 발명진흥회 전문위원은 “제품화를 염두에 두고 출원된 이종특허는 다른 산업군에서도 적용가능성이 높다”며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에서 실패확률이 적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의적 문제해결방법론(TRIZ)=문제가 발생된 근본 모순을 찾아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법론. 1940년대 구 소련 과학자 겐리흐 알트슐레르 박사가 20여 만 건에 이르는 전 세계 창의적인 특허를 뽑아 분석한 결과로 얻은 40가지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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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노믹스=신명진기자 mj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