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휴대폰 다단계를 허용해줄 움직임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주 전체회의를 열고 ‘이동통신서비스 다단계 판매지침’을 확정한다. 다단계 판매원이 준수해야 하는 세부지침이 주 내용이다. 휴대폰 다단계를 공식 허용하는 셈이다. 방통위는 여러 차례 “다단계 자체는 합법이며 다만 판매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을 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방문판매법상 휴대폰 다단계가 불법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연내 전원회의 결정이 유력하다. 공정위 역시 방통위와 정책공조를 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정부가 휴대폰 다단계를 허용해주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휴대폰 다단계 특성이다. 휴대폰은 일반 다단계와 다르다. 일반 제품처럼 ‘사재기’가 힘들다. 휴대폰 개통에는 제한(1인당 3회선)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수천만원어치 휴대폰 개통은 어렵다. 그렇다고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공짜로 풀린 구형 휴대폰을 70만~80만원 고가에, 그것도 7만~8만원 고가요금제에 가입하는 것도 엄연한 피해다. 다만 크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더욱이 그 피해가 주변으로 번진다. 굳이 표현하자면 ‘롱테일 피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정부가 휴대폰 다단계 피해자를 파악할 때 이 점에 주의해야 한다. 더 세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휴대폰 다단계가 훨씬 넓게 퍼질 것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시장점유율 20% 사업자가 주도한다. 하지만 전면 허용하면 나머지 80% 사업자도 적극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때 미치는 사회적 파장은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것이다.
정부가 이런 점까지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옛 통신위원회는 지난 2002년 “통신서비스 특성상 시장 공정경쟁 저해, 통신서비스 제공체계 혼란 초래, 지나친 불로소득 및 사행심 조장”이 우려된다며 이동통신 다단계를 금지했다. 빈틈없는 대처로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