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수요자원시장 개설 1년 무엇을 얻었나-발전소 5기 전력량 만들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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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5일 사업자나 개인이 아낀 전기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네가와트’ 개념 수요자원거래시장이 개설됐다. 1년이 지난 지금 복합화력발전 다섯 기에 달하는 전력 용량을 확보해 공급 중심 전력 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최근에는 시장 참여사업자 증가와 함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신시장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에너지신산업 선두주자로서 전력시장 민간 참여 길을 연 수요자원거래시장 1년을 돌아보고 개선 방향을 짚어봤다.

◇에너지신산업 대표주자로 ‘쑥쑥’

수요자원은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 대신 사용자가 전기를 아껴서 확보한 여분 에너지 자원을 의미한다. 이를 사고파는 것이 수요자원거래시장으로 일반 전기사용자가 단순 소비자에서 벗어나 전기사용량을 조절, 스스로 발전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상발전소 개념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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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전력거래소

우리나라에서 수요자원시장은 아낀 전기를 사고파는 것을 넘어 현재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에너지신산업 기반 플랫폼 의미도 갖고 있다. 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등 소비자단에서 전기를 아끼고 저장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를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수요자원시장이 이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에너지신산업 추진과 동시에 가장 먼저 수요자원시장을 개설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수요자원시장이 먼저 정착돼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와 전기차, ESS에 저장돼 있는 전기 등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는 수요자원시장을 전력설비 혐오에 따른 님비(NIMBY) 현상 대안으로도 주목한다. 발전소 건설은 점점 지역 이기주위와 맞물려 어려워지고 있다. 수요자원은 별도 대규모 설비 증설 없이 전기를 확보하는 것으로 발전소 건설을 억제하고 이용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력산업 효율을 크게 개선해 소비자가 부담하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 해소도 기대할 수 있다.

이전에도 수요자원을 이용하는 사업은 존재했다. 수요관리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수년간 다양한 형태 수요관리제도를 운용하기도 했다. 과거 수요관리는 전력시장과 분리 운영됐으며 현재 수요자원시장은 전력시장 안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발전소처럼 신뢰성과 전문성 확보에 집중

수요자원을 전력시장 제도 안에서 거래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신뢰성 확보가 중요했다. 발전소는 전력거래소 지시에 따라 발전과 전기 생산이 이뤄졌지만 수요자원은 전력거래소가 지시를 했을 때 “과연 소비자가 약속한 만큼 절전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였다.

과거 수요관리는 시행 전 등록된 고객에게 매번 의사를 물어 참여자를 모집하는 형태로 정확한 감축용량 값을 가늠할 수 없었다. 고객 사정이나 변심으로 감축을 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묻지 못했다. 받기로 한 정산금만 포기하면 그만이었다.

의사를 묻는 절차로 실제 감축까지 준비시간만 세 시간 이상 소요됐고 발전기와 동등한 수준 신뢰성 확보도 어려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시 대책으로만 사용될 뿐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 실제 발전설비 건설을 억제할 수도 없었다.

반면에 지금 수요자원시장은 감축 자원에 기본금을 지급하는 대신 연간 일정 시간 감축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어기면 강력한 위약금과 삼진아웃제를 적용했다. 절전 책임을 부과하면서 수요자원 신뢰성을 발전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수요관리사업자로 불리는 관리 전문업체도 양성했다. 수요자원은 특성상 다양한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들이 모두 전력시장에 전문성을 갖추기는 어렵다. 전력거래소는 수요관리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전력거래소 회원 자격을 부여한다. 수요관리사업자는 전력시장운영규칙 준수 의무를 받게 되며 강력한 위약금과 삼진아웃제 대상이 된다.

수요관리사업자는 다양한 전기사용자와 전력시장 참여 계약을 한다. 전기사용자는 전력거래소와 직접 계약 관계가 없으나 수요관리사업자와 사적 계약에 따라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셈이다. 수요관리사업자는 전기사용자와 계약에 높은 수준 위약금이나 퇴출 조항을 넣지는 않는다.

그 대신 일부 전기사용자가 계약을 어기는 상황에 대비해 여분 감축량(10~20% 수준)을 보유하거나 전기사용자가 수요관리사업자 요청으로 계약보다 더 많은 감축을 할 때 큰 인센티브를 약속한다.

◇‘아시아 최초·세계 2위’ 수요자원거래시장

우리나라 수요자원시장은 아시아 최초로 열렸다. 첫해 계약용량 규모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달성할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단기 성과만으로도 정책당국자나 시장 관계자를 놀라게 할 만한 일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계약용량은 복합화력발전기 다섯 기를 대체할 수 있는 244만㎾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개설 이후 올해 7월까지 절약한 전기만 16만5380㎿h로 제주도 주민이 3개월간 쓸 수 있는 양이다. 한국전력은 전력 구매비용을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37억원이나 아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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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전력거래소

시장 참여자도 다양해졌다. 과거 수요관리제도 당시에는 대규모 산업체 고객이 대다수였다. 한전과 거래소가 직접 고객을 모집하고 관리하다 보니 적은 수로도 대규모 절전이 가능한 고객 위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자원시장은 다수 관리사업자가 참여해 마트, 빌딩, 양식장, 사우나, 학교, 아파트 등 과거 수요관리제도에서는 자원화할 수 없었던 중소 규모 고객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엔 신규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전력거래소와 수요관리사업자가 함께 취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취업설명회는 생소한 에너지신산업 분야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던 수요관리사업자와 취업난에 고통 받는 구직자 취업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수요자원시장으로 네가와트 자원 활용을 더 확대하고 우수인재를 발굴해 일자리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쓸 계획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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