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판매 신고제로”…14년만에 다시 불거진 전력판매시장 개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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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거래소 수요자원시장 운영센터 직원들이 상황실 근무를 서고 있다. <전자신문 DB>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시장 개방 논란이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14년 만에 다시 불거졌다. 스마트그리드를 기반으로 한 소비자 간 전력 판매나 구매가 가능하도록 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다. 하지만 기존 전기사업법과 충돌 가능성이 있고 이후 과금 등 분쟁도 터질 수 있어 논란이 거세다.

15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능형전력망 구축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놓고 국회와 정부가 서로 다른 해석을 달았다.

지능형전력망 사업자 자격을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푸는 조항이 골자로 담겼다. 누구든지 신고만 하면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설비를 갖추고 전력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사실상 전력 판매시장 개방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소매부문 전력판매 시장은 일부 구역 전기사업자를 제외하곤 한국전력이 유일한 사업자였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민간기업은 물론 개인도 독자적으로 전력 판매 서비스업을 영위할 수 있다.

전 의원은 이 개정안이 스마트그리드 사업 참여자를 늘리고 관련 시장 육성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발전사업자가 아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절전을 통해 전력을 거래하는 수요자원 시장이 커지고 전기차와 ESS 등 유휴 전력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이들을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하는 새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한전은 난감해졌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행 제도와 어긋나거나 그로 인한 시장혼란도 고려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전기사업법으로도 충분이 대응을 할 수 있는 문제라며 개정 취지에 의문을 달았다. 전기사업법 상 발전·판매사업자에 관한 조항과 개정안의 지능형전력망 사업자가 겹치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구역전기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나왔다. 현재 구역전기 사업자는 전기사업법상 허가 사업으로 지능형전력망 사업자가 신고만으로 발전과 판매 겸업까지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한전은 전력 판매시장이 공공성을 잃고 수익목적으로만 혼탁해질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스마트그리드 관련 발전과 수요자원 모집 등을 통해 판매 사업에 나설 수 있는 사업자도 자금력을 가진 일분 기업군에 쏠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 단위 개인간 거래가 열리더라도 판매사업자 다수가 신재생 설비와 ESS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있는 개인이어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아 신재생 설비와 ESS를 구축한 뒤 전기요금누진제는 피하고 남는 전기는 팔아 돈을 버는 ‘악용 사례’도 나올 수 있다.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일단 시도는 해보자는 분위기다. 새로운 제도를 통해 신규 시장을 열수 있는 기회를 굳이 미리 차단할 이유는 없다는 논리다. 더욱이 개정안에 스마트그리드 거점지구 내에서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만큼 부작용이 발생해도 충분히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전하진 의원은 “전기사업법과 지능형전력망법 둘 중 어느 하나에 속하느냐가 아닌 어떤 내용의 제도가 시행되느냐가 중요하다”며 “스마트그리드 거점 지구를 통해 새로운 제도의 실효성을 따져보는 시도가 있어야 전력시장도 변화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능형전력망법 개정안은 오는 19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률안소위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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