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절반 가까이 인하했다. 모든 카드사는 내년도 경영계획을 백지화했다. 원가절감 ‘묘수’를 찾고자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카드수수료 인하는 카드업계 인력 구조조정 신호탄이 된다.
카드수수료 인하 배경에는 그동안 카드사가 과도한 가맹점 수수료로 제 잇속 차리기에 바쁘다는 불편한 시각이 있다. 영세가맹점을 볼모로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우리는 최근 단행한 카드수수료 인하에 담긴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달리 밴사 등 중간 사업자가 존재한다. 어느 나라보다 고객에게 돌아가는 무이자할부나 마일리지 적립, 현장 할인 혜택이 많다. 그럼 카드사는 이 같은 혜택을 어떤 돈으로 충당할까. 카드수수료 중 상당 부분을 재투자하고 킬러 서비스를 마련하려 무한 경쟁을 펼친다.
그동안 카드사가 꽤 많은 수수료 수익을 거둔 것은 맞다. 그렇다 해도 정부의 막가파식 수수료 인하 정책은 시장 환경이나 이후에 벌어질 여러 위험을 계산하지 못한 근시안 정책에 불과하다.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면 카드사는 밴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을 줄일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진다. 시장 가격을 정부가 업계 합의 없이 좌지우지하는 건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벌써부터 일부 카드사에서 인력 감축 등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카드사는 항상 볼모가 됐다. 가장 만만한 게 카드사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카드산업은 정치 논리에 좌지우지할 만큼 단순하지 않다. 여러 주체가 있고 수십년간 경제 활동 주체 기간산업으로, 소비 활동 랜드마크로 역사를 같이해왔다.
수수료 인하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 축소로 이어진다면, 카드업계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할까. 현실과 동떨어진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을 재검토해 한국 결제 시장을 이끌어온 카드산업 노력을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