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산업용 연료시장 벙커C가 꿰찼다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는 올해 초 발전용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자체 생산한 저유황중질유(벙커C)로 전환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질유 가격이 배럴당 최고 120달러대를 오갔지만 최근 60달러대로 떨어져 LNG 대비 경제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생산원가에 민감한 업종 특성상 다양한 연료를 적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연소 설비를 갖추고 있었고 연료 구매 측면에서 저유가 수혜를 톡톡히 봤다. 벙커C와 LNG 자리바꿈 현상은 에너지다소비 업종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산업용 연료 시장에서 굳건한 자리를 지켜온 LNG업계는 갑작스런 수요 이탈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저유가 기조로 인해 원가에 민감한 산업 연료시장 지형은 1년 새 완전히 뒤바뀌었다.

◇정유·석화업계, 다시 벙커C로

대표적 에너지 다소비업종인 정유·석화업계에서 설자리를 잃어가던 벙커C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정유사는 자체 생산한 벙커C를 연료로 사용하고 나섰다. SK이노베이션처럼 에쓰오일도 같은 선택을 했다. 자체 생산한 벙커C로 열 등 공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LNG 구매를 최소화했다. 석유화학업계는 기존 유연탄 등 고체연료를 사용해온 기업을 제외한 한화케미칼 등이 벙커C를 주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가격이다. 이전에는 벙커C가 LNG 대비 가격이 높아 판매하는 것이 이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LNG보다 가격이 낮아져 연료비 절감용으로 쓰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국제 유가가 급락하기 이전 LNG, 연료용 중질유 열량 환산 기준 배럴당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두 연료제품 간 가격이 배럴당 약 30달러 격차가 벌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상 걸린 LNG업계

벙커C와 함께 LNG 대체재인 액화석유가스(LPG) 판매량은 큰 변화가 없다. 올해 3분기 누적 산업용 LPG판매량은 49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48만7000톤)과 큰 변화가 없다. LPG 수입사 공급 가격이 이달 기준 연초 대비 15% 이상 하락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했다.

반면에 LNG업계는 저유가로 인한 수요 이탈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산업용 LNG 누적 판매량은 49억6733㎥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4%나 줄었다.

정유·석유화학기업이 밀집한 울산·여수지역 산업용 LNG판매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경동도시가스 울산 지역 8월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4% 감소한 8억5437만㎥에 그쳤다. 이 회사 2분기 영업이익은 17억569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8%나 줄었다.

울산서 줄어든 산업용 LNG판매량만 6억㎥에 달하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국 감소량 10억㎥ 절반을 넘는 수치다. 여수산업단지에 LNG를 공급하는 대화도시가스 산업용 판매량도 22.3% 감소하는 등 주요산업단지가 입주한 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는 정유·석유화학기업 연료 전환, 경기 침체로 인한 중소사업장 가동률 하락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봤다. 올해 도시가스, 발전용 수요도 전년 대비 10% 내외 감소폭을 보이는 상황에서 산업용 수요마저 급감해 기댈 언덕이 없어졌다고 우려했다.

도시가스 관계자는 “LNG수요가 정체라고 고민했는데 이제는 산업용 연료에서도 크게 이탈하고 있다”며 “발전·집단에너지 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수익을 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상황에서는 LNG, LPG가 산업 연료시장에서 경쟁했지만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벙커C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며 “대기법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연료가 제한되는 곳은 몰라도 벙커C·LNG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사업장 선택은 당분간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주요 산업지역 산업용 LNG 판매량 변화 (단위:천㎥)/자료:각사 취합>

주요 산업지역 산업용 LNG 판매량 변화 (단위:천㎥)/자료:각사 취합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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