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독일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유럽 고객 정보는 유로존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 감청논란으로 유럽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MS는 1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유럽 고객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독일에 건립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기반으로 입력한 데이터는 독일 최대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티시스템즈가 보관한다. EU와 일부 주변국 고객을 대상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제공한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데이터 처리 방법이나 보관 장소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뢰를 얻도록 한 것”이라며 “스노든 폭로 사건 이후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MS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유럽연합(EU)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 판결 때문이다. ECJ는 당시 EU와 미국 간 정보공유 협정인 ‘세이프 하버’와 관련,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무효판결했다. 개인정보가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 감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이프 하버 협정으로 미국과 공유하는 개인정보 비율은 17.2%다. EU 내 안전하게 저장된 정보보다 많다. 유럽 내 고객 서비스를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처럼 저장소를 추가로 세워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다. 이전처럼 고객 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서비스에도 제약이다. MS의 이번 결정은 미국 IT 기업이 정부로부터 고객 데이터를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22부는 지난달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4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6명이 구글과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구글에게 “제3자에게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공한 현황을 공개하라”고 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EU처럼 다른 국가와 정보공유 협정을 한 적이 없지만 사이트 가입 때 개인 동의에 따라 개인정보를 외국으로 가져갈 수 있다”며 “이번 판결로 데이터 유출을 막지는 못해도 정보 제공내역은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