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구글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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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프리-크라임(Pre-crime)’ 시스템이 등장한다. 범죄자를 예측해 예방하는 방식이다.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면서 미래를 예상하는 수준까지 진화한 것을 영화가 보여주고 있다.

구글이 11일 일본 도쿄에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발표했다. 앞서 인공지능 엔진 ‘텐서플로(TensorFlow)’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머신러닝이 기계가 스스로 데이터를 분류·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라면 텐서플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알고리즘 시스템이다.

구글이 머신러닝이 대세가 될 것이라면서 기반 엔진을 무료 공개한 이유는 간단하다. 머신러닝 시장을 구글이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야심은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을 보면 확인 가능하다. 그는 머신러닝 시스템 표준화를 강조한다. 구글이 머신러닝 시스템을 오픈 소스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해 표준을 주도하겠다는 포석이다.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확대 전략과 묘하게 닮았다. 어렵게 OS를 개발하지 말고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응용 프로그램 개발해 손쉽게 비즈니스에 적용하라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미래를 먼저 알고 싶어 한다. 연초면 점집이 붐비는 이유다. 미래 예측 정확성을 높이는 머신러닝 시장성은 확실하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머신러닝 기술 중 하나인 음성인식 시장규모는 올해 약 9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IT 강국인 우리나라는 또 선수를 뺏겼다.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한때 앞섰지만 지금은 뒤처지지 않는 수준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SW를 소홀히 하고 HW에 집중하는 사이 벌어진 격차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와 SK텔레콤 등 일부 대기업이 머신러닝에 뛰어들고 있지만 자체 서비스 개발에만 초점을 맞췄다.

머신러닝 산업은 이미 시작됐다. 기계는 HW지만 학습은 SW가 한다. 또다시 멈칫하면 자칫 남이 개발한 머신러닝을 기계적으로 학습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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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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