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 등 일본 기업이 미래 기술 핵심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투자를 확대하며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구글 등 미국기업이 AI분야를 선도하는 가운데 일본기업은 기존 산업과 AI를 결합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NEC는 현재 약 500명인 AI 관련 인력을 5년후인 2020년까지 2 배인 약 10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관련 매출은 2020년도에 현재 2배인 약 600억엔(5635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NEC는 내년 여러 영상 데이터에서 인물을 빠르게 검색하는 기술을 실용화할 계획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나타난 인물이 동일인물인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특정장소 CCTV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을 찾아내고 수상한 사람을 실시간으로 발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토요타자동차도 최근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투자해 내년 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AI·로봇 연구 회사인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도요타는 AI 연구 결과물을 자율주행 자동차와 제품 생산 등에 응용할 계획이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출신인 길 프랫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으며 약 200명 직원을 채용해 AI연구를 진행한다.
토요타는 또 9월에는 미국 스탠퍼드·MIT와 AI 협동 연구를 추진하고 향후 5년간 5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쓰이스미토모 은행과 함께 펀드를 설립, AI 관련 스타트업 투자도 진행한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생산 업체 화낙은 8월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인 프레퍼드네트웍스에 9억엔(약 87억원)을 투자해 지분 6%를 인수했다. 화낙은 애플 아이폰이나 테슬라모터스 전기자동차 등을 조립하는 공장에 활용되는 로봇을 만든다. 화낙은 프레퍼드네트웍스와 스스로 작업 흐름을 최적화하고 다른 로봇을 고치는 산업용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7월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도 미국 보스턴에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한 새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AI가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새 영역을 개척할 것으로 예상하고 후지쯔와 히타치 등 정보기술(IT) 업체도 AI사업 체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기업의 인공지능 집중투자는 정보통신기술(ICT)분야에서 뒤졌던 산업경쟁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전성기를 누렸던 소니와 마쓰시타 등 전자업체는 변화하는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상실했다. 일본 기업이 부활할 수 있는 발판이 인공지능이라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산업과 AI의 결합으로 신성장 동력을 만든다는 것이 일본 기업의 구상이다. 아울러 아베 정권이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의료 로봇 등 인공지능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