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일을 함께 돌봐야 하는 여성과학기술인의 고충이 일반 여성노동자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서울 역삼동 여성과학기술인 연차대회에서 열린 ‘여성과학기술인의 일·가정 양립 지원’ 주제 강연에서는 일과 가정사 양립 현황이 조사됐다.
고선주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전문위원은 여성과기인을 대상으로 7월 한 달동안 241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과기인의 72.7%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으로 퇴사를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여성과기인은 평균 주 1.5회 야근하고, 야근시에는 밤 11시 넘어 퇴근하는 경우가 27%로 나타났다.
여성과기인의 일과 가정생활 간 갈등 경험은 가족실태조사 맞벌이 응답자와 비교시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5점 평균 기준 직장일을 가정에서 수행한 갈등경험이 여성과기인은 3.9점, 맞벌이 응답자는 2.2점이었다. 직장일로 인한 가족시간 부족은 각각 3.7점과 2.2점으로 차이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과학기술계분야 종사자들의 갈등경험이 훨씬 더 높았다.
여성과기인의 과반수 이상이 임신 연기나 시기조절 경험이 있으며 23.7%가 유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기인의 약 절반은 출산휴가도 90일 미만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47.3%가 90일 미만의 출산휴가를 사용하고, 90일 사용이 30.7%, 91일 이상이 11.6%였다. 8세 이하 자녀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험은 14.5%로 나타났다.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일의 연속성 때문’을 26.7%로 가장 많이 꼽았다.
고선주 위원은 발표에서 “대부분 한국 워킹맘들이 일과 가정 양립 어려움이 높은 편이나 다른 조사결과와 비교할 때 여성 과기인들은 더욱 남녀불평등한 문화에서 업무 특성 등으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며 “과학기술계를 대상으로 한 특성화된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녀양육의 어려움으로 72.7%가 퇴사를 고려한 경험이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여성 과기인들에 대한 지원이 매우 시급한 현실”이라며 “과학기술계의 남녀불평등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각별히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제발표는 ‘과학기술분야 성·젠더 다양성 기반 확충을 위한 젠더혁신’, ‘여성과학기술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과학외교 활성화’ 등도 강연됐다.
2009년부터 열려 올해 7회째를 맞은 연차대회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3개 기관 공동 주최다.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과 과학기술계 인사, 여성과학기술인, 여학생 등 약 150여명이 참석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