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상파 재송신, 법원 판결이 던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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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법원이 내린 법리적 판단을 법원 밖에서 다시 해석하는 것은 민감한 문제다. 이해관계 당사자 관점에 따라 아전인수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이 내린 지상파 재송신 대가 관련 판결이 방송 서비스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방송시장 공정경쟁과 시청자 권익 보호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 사업자 간 협의를 중재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울산지방법원과 서울남부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은 방송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원은 지상파 재송신 이슈를 저작권 관점에서 바라보고 지상파 방송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원은 지상파가 케이블망으로 콘텐츠를 송신하면서 비용절감 등 이익을 얻고 있는 것에 따라 반환 의무가 있다고 인식했다.

지상파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CMB를 상대로 제기한 ‘재송신 상품 신규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는 케이블TV 사업자가 일정한 물적·인적 자원을 투자해 난시청을 해소하고 지상파 방송 보급에 공헌한 점을 인정했다. 저작권 행사 관점에서 벗어나 방송법 제1조가 명시한 시청자 권익보호, 문화향상, 공공복리 증진 등 방송의 공적 책임에 반할 것을 우려했다. 이는 법원이 지상파 재송신 분쟁을 저작권 행사로만 접근했던 기존 관점의 변화를 보여줬다.

법원은 정부가 분쟁 해결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과 재송신 중단보다 당사자 간 분쟁 해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정된 전파 자원을 근거로 시청자의 지상파 방송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자 간 협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파 재송신 대가 협상이 단순히 사업자 간 사적 거래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상파 콘텐츠를 시청하고 실제로 대가를 지불할 최종 당사자인 시청자 참여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정부 정책이나 방송 서비스 시장 방향이 결정되는 것은 결국 모든 이해관계자에 이롭지 않을 듯하다.

통상 시장거래는 상품이나 서비스 실제 가치 이외에 협상력이나 유통경로에 따라 이윤(마진)이 결정된다.

방송광고 감소 등 여러 경영상 어려움을 감안하면 지상파는 안정적 콘텐츠 제작·공급을 위한 재원 확보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상파가 분명하지 않은 기준으로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기존 280원에서 430원으로 향상한 것과 비합리적 정액제 산정은 분재적 공정성을 해칠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 대가 부담은 유통 경로를 거쳐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몫으로 넘어갈 것이다.

현재 지상파 재송신료는 유료방송사업자(SO)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주는 일종의 프로그램 사용료다. 하지만 다른 용어를 사용하며 별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요구한다.

프로그램 사용료는 정부가 별도 가이드라인을 정해 유료방송 사업자 재승인 요구사항에 반영하는 등 중재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현재 ‘지상파 재송신 협의체’를 구축해 사업자 간 논의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가 참여하지 않아 협의체 가치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저작권과 방송접근권, 경쟁정책과 보편적 서비스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법원은 새로운 협상 방향을 제시했지만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의무재송신 제도를 개선하고 지상파 재송신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을 기대한다.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jichoi@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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