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이유 있는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쌍용자동차와 한국지엠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냈다. 이들 업체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성과다. 둘 다 소비자 수요를 정확히 공략한 신차 덕분이다.
쌍용차 티볼리는 올해 가장 주목받은 국산 신차 중 하나다. 실용적인 성능과 젊은 층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으로 판매 대박을 쳤다. 연일 SUV 시장을 달구더니 10월에는 쌍용차 사상 최초로 월 판매 5000대를 달성한 모델이 됐다. 티볼리 선전이 쌍용차 부활, 해고 노동자 복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감안하면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지엠이 판매하는 쉐보레 임팔라는 뒤늦은 반란의 주인공이다. 판매가 본격화된 9월, 10월 연속으로 동급 경쟁차 K7을 제쳤다. 한국지엠이 이 시장에서 기아차를 꺾은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회사는 임팔라로 브랜드 이미지 자체를 일신할 방침이다. 국내 생산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두 차는 공통점이 있다. 변화한 소비자 눈높이에 빠르고 과감하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티볼리는 요즘 가장 ‘핫’하다는 소형 SUV급이다. 작지만 당당한 외관, 아기자기한 옵션,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주행 성능으로 차급 수요에 맞춰 개발됐다. 5년 전 개발에 착수했지만 2015년 시장 수요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임팔라는 고급 세단 틀을 깼다. 마냥 안락하고 부드러운 차를 벗어났다. 동급 국산차에서 볼 수 없는 운전 재미와 남성적인 디자인을 강조했다. 준대형 세단을 더는 ‘사장님차’로만 보지 않는 소비자 수요와 만났다. 거기다 미국식 대형차 새 매력을 국산차 가격에 제공하니 호응이 높다.
두 차는 각 회사 생존과 비전에도 핵심 역할을 한다. 티볼리는 쌍용차 부활 선봉장이다. 임팔라는 스파크 다음으로 잘 팔리는 차종이 됐다. 잘 봐야 할 것은 이들이 살아남은 방식이다. 두 회사 모두 최근 몇 년 새 어려움을 겪었다. 소비자와 함께 한 변화로 탈출구를 찾았다. 단순한 원칙이지만 통했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을 떠올리자.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