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TPP 협력 합의했지만 갈길 멀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일 첫 정상회담에서 한일관계 정상화 단초를 마련, 앞으로 양국 경제협력 확대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과거사 문제와 별도로 경제 문제는 협력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국 참여 문턱도 한층 낮아졌다.

두 정상은 2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TPP 참여를 공식 선언하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채택한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에서도 미국은 “TPP와 관련한 한국의 관심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과도 TPP 추가 가입 교감을 나눈 만큼 한국은 시기과 득실을 면밀히 검토한 뒤 공식 참여을 선언하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TPP는 지난달 미국과 일본 주도로 타결된 세계 최대 규모 ‘메가 FTA’다. 미·일 외에 캐나다·호주·멕시코·베트남 등 총 12개국이 참여했다. 회원국 GDP 규모가 세계 GDP 40%에 육박한다. 한국은 참여 기회를 놓친 탓에 2013년 말 관심 표명 후 현재까지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FTA 네트워크가 취약했으나 TPP 타결로 단숨에 만회했다. 우리보다 12개국 역내교역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한국이 뒤늦게 TPP 참여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기존 회원국 동의가 필요하다. 궁지에 몰렸던 한국 정부 다자 FTA 전략이 숨돌릴 틈을 마련했지만 실질적 협력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회원국 가운데 일본이 가장 부담스럽다. 한일 모두 제조업에서 강점을 지닌 반면 농수산물 시장 보호에 민감하다. 일본이 추가 가입협상에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강력히 견제하면 한국 정부 협상 입지가 좁아진다. 아베 총리가 TPP에 협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원론적 입장일 뿐 실제 협상은 다른 분위기가 될 공산이 크다.

공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일 경제산업성이 후속 논의를 위해 꾸릴 고위급 협의회로 넘겨질 전망이다. 두 나라는 통상 분야를 비롯해 정상회담 계기 합의한 제3국 공동진출, 기후변화 이슈 대응, 청년 인력 교류 방안 등을 고위급 협의회에서 구체화하기로 했다.

TPP는 이달 중 협정문이 공개될 예정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TPP 타결 직후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참여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향후 TPP 협정문이 공개되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통상절차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 정부 입장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용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일 고위급협의회를 포함해 다양한 경로로 일본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LNG 수급 공동 대응도 관심을 모은다. 일본과 한국은 수입물량 기준 세계에서 1, 2위 국가다. LNG 시장은 공급이 부족한 탓에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 중심이다. 생산국이 설정한 도착지 제한 규정 때문에 수입국은 LNG 물량이 남거나 모자라도 제3국에 판매하거나 구매하기 어렵다. 한일이 LNG 수급 대응에 나서면 경직된 생산·수입국 교역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공동 연구·제안하는 논의가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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