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에 의하면 공격성은 성욕과 함께 모든 인간이 지닌 원초적 본능이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공격성을 대리 충족시키고 돈을 버는 일이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권투, 레슬링 등 올림픽 경기의 정규 종목은 물론이고 상업적으로 행해지는 격투기, 킥복싱, 투우, 소싸움, 닭싸움 등이 그것들이다.
공격성을 표현하는 데 반드시 주먹이나 발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입 역시 원래 기능은 먹고 마시고 말하는 것이지만, 내 안의 공격성을 표현하는 데 손색없는 한몫을 한다. 험한 말은 물론이고, 침을 뱉거나 치아를 써서 깨물기도 하니 입은 남을 공격하는 도구로 시대를 불문하고 쓰인다. 르네 마그리트는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로 그의 작품 중에 ‘새를 먹는 소녀’가 있는데 여
자가 새를 입에 넣고 먹는 끔찍한 그림이다. 이 작품은 생의 본능인 에로스와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의 관계를 다루었는데, 입이 가진 공격성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것이 있을까. 마그리트는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가 남긴작품 중에는 ‘꿈의 해석’, ‘쾌락원칙’과 같이 정신분석학에서 따온 제목이 꽤 있다.
엉뚱하게도 입이 가진 공격성을 순화시켜 활용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본다. 땅콩을 넣은 초콜릿 바에서 힌트를 찾는다. 처음부터 땅콩을 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먹어보면 땅콩이 안 들어간 것과 들어간 것은 씹는 맛이 완전히 다르다. 치아와 치아 사이에서 땅콩이 부서지면서 공격성이 충족되는 느낌이 든다. 사탕을 깨물어 먹는 사람이 서서히 녹여 먹는 사람보다 더 공격적인 성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갈비를 먹을 때도 두 손으로 뼈를 들고 고기를 뜯는데, 그때 근막이 우지직 뜯기면서 마치 내가 사자나 호랑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바닷가재나 게를 파는 식당의 식탁 위에는 쇠로 만든 연장들이 쭉 걸려 있다. 사람들은 마치 전쟁터의 군인처럼 무기(?)를 써서 딱딱한 껍질을 자르고, 속살을 쑤시고 파내서 입안에 넣기 바쁘다.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에는 갑옷 대신 앞치마를 둘러서 적군(?)의 피나 살이 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고 포크로 찍어 먹으면 전투에서 쓰는 칼과 삼지창이 연상된다. 고기를 ‘충분히 익히는’ 사람보다 ‘거의 안 익히는’ 사람이 더 공격적일지 모른다. 혹은 바싹 태워 지나치게 익히는 사람이 더 공격적일 수도 있겠다.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의 공격성이 식탁에서 표현된다면? 분명히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식탁에는 밥그릇, 접시, 냄비, 수저 등 던질 것이 많으니 가능한 한 식사할 때는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논쟁을 피하는 것이 현명하지만 배부르고 술기운도 올라오면 판단력이 흐려져서 논쟁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기 쉽다. 이때는 잠시 숨을 고르고 정신을 집중해서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게 하면 대개는 치밀어 오르는 공격성을 잠재울 수 있다. 그래도 조절이 안 되면 땅콩이 든 초콜릿 바를 우직우직 깨물어 먹는 것이 차라리 낫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 정도언]
-정신과 전문의, 수면의학 전문의. 프로이트 학파 정신분석가(교육 및 지도 분석가).
-국제정신분석학회 산하 한국정신분석연구학회 회장.
-서울대학교의과대학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
-저서로는 `프로이트 레시피(웅진리빙하우스, 2015.0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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