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인아텍이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국내 중소기업 시장을 발굴해 재기에 성공했다. 한 때 직원 80%를 내보내야 했을 만큼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부터는 결실을 얻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국내 투자 축소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장비 업계에 위기 극복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 신동혁 인아텍 대표는 “과거에는 LCD 라인에 들어가는 하드웨어만 공급했지만 사업모델을 바꿔 이변이 없는 한 올해 흑자 전환할 것”이라며 “기존 컨베이어 시스템을 턴키 솔루션으로 업그레이드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납품하기 시작했고 레이저 드릴링 장비로 국내 중소기업 시장으로도 발을 넓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0년대 후반 삼성에 7~8세대 LCD 라인용 컨베이어 시스템을 공급하는 등 LCD 장비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이후 국내 투자가 줄어들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직원도 100명이 넘었지만 30억~4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10여명으로 줄여야 했다. 2010년 매출 220억원, 영업이익 17억원 실적을 올렸으나 그 해 하반기부터 공급이 급격히 줄어 그 다음 해에는 매출이 반토막 났다.
인아텍은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대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고 판단하고 꾸준하게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영세 인쇄회로기판(PCB) 가공업체들도 구매하는 데 부담이 없는 UV 레이저 드릴링 장비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분당 1만5000홀을 뚫을 수 있는 장비로, 속도와 정밀도가 국내 최고 수준이다.
기존 컨베이어 시스템 사업은 하드웨어만 공급해오다 운영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까지 갖춰 최근에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납품을 시작했다. 이스라엘 장비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 공급도 진행하고 있다.
사업 구조를 완전히 개편한 2012년에는 영업 손실이 45억원에 달할 정도였지만, 신규 사업이 자리를 잡아갔다. 글로벌 기업에 공급을 시작하면서 사업도 차츰 안정화됐다.
발 빠른 변신에는 계열 기업 도움도 컸다. 인아오리엔탈모터·인아코포·애니모션 등 모터·제어기와 같은 부품 전문 기업이 계열사다. 함께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재기의 발판이 됐다.
신 대표는 “위기 상황에서도 소프트웨어 능력을 강화해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턴키 솔루션으로 컨베이어 시스템을 수출하기 때문에 부가가치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올해 흑자전환과 80억~100억원 수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성장세를 그릴 것으로 기대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