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환경부와 교환연은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다수 제조사의 배출가스 부품 기능 조작 가능성을 수년 전 알았다. 시정 조치와 관계 법령 정비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유독 ‘클린 디젤’ 대표 주자였던 아우디·폭스바겐만 유탄을 피했다.
조작 혐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증 위반 등을 적발하면 행정 소송으로 대응하거나 리콜 이행을 미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교환연 사이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거나 우리 정부가 파워 게임에 휘말렸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교환연이 ‘디피트 디바이스’ 존재를 확인한 ‘2010년 제작자동차 결함확인 검사’는 폭스바겐 사태를 더 빨리 적발할 수 있었던 기회로 평가된다. 조작 가능성을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계 제보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당시 폭스바겐 차량을 벤치마킹했던 제조사가 조사를 수행 중인 교환연에 폭스바겐 연루 의혹을 제보했지만 조사가 확대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 제작차 결함 검사 때는 여러 제조사 차량이 검증을 받았고 디피트 디바이스 관련 논쟁이 치열했다”며 “그 과정에서 폭스바겐 조작 의혹에 구체적인 제보도 나왔지만 정작 최종 조사 결과에서는 빠졌다”고 전했다.
2010년 당시 예비 조사 상황도 의혹을 부추겼다. 교환연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차량을 ‘특별한’ 방법으로 임차했기 때문이다. 다른 제조사 차량은 교환연 자체 비용으로 임차했지만, 이 회사 차(폭스바겐 골프)는 인증 담당 부장을 통해 빌렸다.
환경부는 조작 증거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도 배출가스 부품 인증 위반 등으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압박했다. 교환연 실무급 연구사의 환경부 직보 및 본부(환경부) 파견 연구사 주도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위법 사실을 발각했다. 양 측은 과징금과 리콜, 소송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벌였다.
환경부는 2013년 ‘자동차 제작·수입사 환경인증 관리 실태 점검’으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배출가스 관련 부품 임의 변경, 결함시정 미보고, 결함시정 의무 미이행 등을 적발했다. 이를 토대로 2014년 1월 10억7000만원가량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 돈을 낼 수 없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환경부 상대 과징금 부과 처분 무효 확인 등 행정소송을 냈다. 소송은 과징금 발표 한 달 남짓 지난 2월 말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환경부는 불과 두 달 뒤인 4월 아우디 차량 촉매변환기 제작결함을 적발해 리콜을 발표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그제야 행정소송을 취하했다. 양측이 수년간 배출가스 부품을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을 벌인 모양새다.
양측이 파워 게임을 벌이며 시간을 끄는 동안 임의설정장치(디피트 디바이스) 조사는 발조차 떼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비리가 적발된 황모 연구사는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그는 2010년과 2013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조사 실무에 관여했던 인사다. 황 연구사 구속과 당시 실무진 전보 등으로 폭스바겐 조사를 주도했던 실무진 대부분은 뿔뿔이 흩어졌다.
2013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상 결함확인 검사 역시 미진했던 정황도 파악됐다. 당시 교환연과 환경부 등 관계 기관 간 문서 수발신 내역을 보면 사전조사와 예비검사 과정에서 결재 라인 세 명 중 두 명이 교체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