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장비기업 판도 변한다…램리서치, KLA-텐코 인수

세계 4위 반도체 장비기업 램리서치(Lam Research)가 5위 KLA-텐코(KLA-Tencor)를 인수했다. 막강한 1위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를 위협하는 초대형 장비기업이 탄생한다.

램리서치는 21일(현지시각) 반도체 검사·측정 장비 기업 KLA-텐코를 106억달러(약 12조617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규제 당국 승인 등을 거쳐 내년 중 합병을 완료할 것으로 내다봤다.

램리서치는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정밀하게 그리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도포한 뒤 깎아내는 식각장비가 강점이다. 박막 증착, 포토레지스트 제거, 웨이퍼 세정 등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장비 제품군을 갖췄다. D램, 낸드플래시, 시스템반도체 등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전공정 장비 기술을 보유했다. 2015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매출은 53억달러(약 6조308억원)다.

KLA-텐코는 반도체 검사·측정 장비 전문 기업으로 이 분야 점유율은 세계 1위다. 반도체 검사·측정은 전공정과 후공정에서 모두 사용한다. 2015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28억달러(약 3조1861억원)다.

양사가 힘을 합치면 반도체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제품군을 갖추게 된다. 미세공정화에 따른 어려움으로 검사·측정 기술이 중요해졌고 후공정뿐만 아니라 전공정에서도 이를 적용하는 추세다.

올해 초 어플라이드가 도쿄일렉트론 인수를 추진했을 때에는 각 장비 시장별 독과점 문제가 불거져 합병이 무산됐다. 반면에 램리서치와 KLA-텐코는 보유한 제품군이 겹치지 않아 큰 문제없이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현지 언론은 관측했다.

이번 합병으로 세계 반도체 장비 1위 기업 어플라이드와 순위 다툼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VLSI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기업 순위는 어플라이드, ASML(노광장비 전문), 도쿄일렉트론, 램리서치, KLA-텐코 순이다.

어플라이드는 지난해 매출이 90억달러를 상회하는 세계 1위 장비기업이다. 램리서치와 KLA-텐코의 매출을 합치면 81억달러로 1위에 근접한다.

업계는 반도체 장비기업이 반도체 미세화에 따라 연구개발 체력을 높이기 위해 규모의 경제 실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덩치를 키워야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첨단 미세공정 기술 연구개발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램리서치는 식각장비, KLA-텐코는 검사·측정장비에 특화된 기업이지만 어플라이드나 도쿄일렉트론처럼 넓은 영역이 아닌 특정 시장에 한정된 한계가 있다”며 “향후 양사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등의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