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동의 사이버세상]<15> 진일보한 한미 사이버안보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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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만을 다룬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북한 3대 위협인 핵, 미사일 그리고 사이버테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했다.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를 추진하고 통일 문제까지 전략적 공조를 확대하기로 했다.

사이버안보 분야에도 큰 진전이 이뤄졌다.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에 ‘사이버안보 협력채널’을 신설하고 국제사회에서 사이버안보 관련 국제규범을 선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어 △사이버위협 정보공유 △사이버범죄 수사공조 △군사적 사이버협력 심화 등 동맹 차원에서 협력하고 사이버역량 강화를 위해 △공동연구 △교육 △기술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북한 사이버테러 위협에 한미가 공동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한미 국방장관회의에서도 국방 사이버·우주·방산 등 실질적 협력을 증진시켜나가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미 국방부와 국가안보국(NSA)은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을 사이버위협 항목 첫 사례로 지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심각한 사이버공격의 보복으로 미사일과 같은 물리적 무기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동맹이란 서로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 동일하게 행동하기로 한 약속이다. 한미 동맹은 북한의 남침과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6·25전쟁 휴전협정 직후인 1953년 10월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초로 형성됐고, 62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 동맹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한미 동맹 상징인 주한미군은 1945년부터(1949년 6월부터 1년간 제외) 대한민국 안보에 직접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아태지역 안보 핵심 축으로 전쟁억제 역할을 담당해왔다. 안보 일정 부분을 미국이 담보하면서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 압축적 경제성장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됐다.

2008년 4월 양국은 한미관계를 기존의 ‘전통적 우호관계’에서 ‘21세기 전략동맹’으로 격상했다. 2009년 6월 ‘한미 동맹 공동비전’을 바탕으로 외교·경제·문화 영역에까지 호혜적 협력에 합의했다. 2013년 5월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채택한 동맹관계에서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와 범세계적 문제까지 협력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격상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21세기 안보의 핵심이슈라 할 수 있는 사이버안보를 포함한 포괄적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우리는 국가안보와 함께 사이버안보 역량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4년 9월 아·태지역 국방 차관급 대화협의체인 제4회 서울안보대화에서 첫 안건으로 사이버안보를 선정해 논의를 이끌었다. 2014년 10월 열린 제46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는 한미 군사연습 시 사이버훈련을 정례화하고 사이버위협 정보를 공유하는 등 사이버공간 보호 및 접근에 관한 상호 관심사항을 넓혔다.

지난 15일 제2차 한·중·일 사이버정책협의회에서는 △사이버안보환경 △각국 사이버전략·정책 △사이버공간 국제규범 및 신뢰구축조치 △지역적·국제적 사이버협력 △사이버범죄·테러 등 3국간 협력 의제가 논의되기도 했으며 국제적으로 국제연합 정부전문가그룹(GGE) 협의에 참여하고 다차원적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보다 한 달 앞서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사이버안보 수호자이며 사이버공격은 국제조약에 따라 처벌받아야 할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사이버 산업스파이 근절에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해킹 의혹을 함께 규명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을 마련하고 핫라인을 개설하기로 했다.

한미 사이버안보동맹과 미·중 사이버협력은 아·태지역 다자간 사이버공조체제를 다져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의 사이버공격은 우리에게 실체적 위협이자 아·태지역 안보를 심각히 저해하고 있다. 중국과 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협력을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안보에서 한미 관계가 차원이 다른 건 분명하지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미국과 중국 어느 한 나라에 치우쳐 이뤄질 수 없다. 경제대국이 된 대한민국 사이버안보는 우리가 치러야 하는 대가이며 결국 우리 역량에 달린 문제다.

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viking@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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