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제가 실시되면서 클릭 몇 번으로 충성 고객을 타 은행으로 빼앗길 우려에 놓인 시중은행은 앞다퉈 기존 혜택을 확대하거나 신설하는 전략으로 고객 잡기에 분주하다. 은행원 실적평가 잣대인 핵심성과지표(KPI)에도 주거래 고객 유치 실적이 반영될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선두로 주요 시중은행은 주거래 고객 특화 상품을 내놓고 계좌이동제에 대비하고 있다. 경쟁 은행 신상품 출시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은 주거래 고객 선정기준을 완화하는 것에서부터 계좌이동제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우리은행은 기존 금융 서비스 우대 혜택을 받기 위해 예금 잔액을 일정 기간 유지하고 보유 상품 수를 늘리거나 신용카드 실적이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 복잡했던 주거래 고객 기준을 단순화하고 완화했다.
급여 및 연금 이체, 관리비·공과금 등 자동이체, 우리카드 결제계좌 세 가지 조건 중 두 가지 이상을 충족하고 우리 주거래 통장, 주거래 카드, 주거래 신용대출 등을 이용하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KEB하나은행은 계좌이동제에 대응하기 위해 우대 혜택 범위를 관계사로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KEB하나금융 계열사 포인트 제도를 통합한 ‘하나멤버스’로 은행, 카드, 증권, 캐피털, 보험, 저축은행 등 전 계열사 실적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하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NH농협은행은 고객군별로 상품을 세분화했다. 지난 5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NH성공파트너 패키지, 7월에는 연금 수령 고객을 위한 NH올100패키지, 9월에는 급여이체 고객을 위한 NH주거래 우대 패키지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IBK기업은행은 특허를 출원 중인 IBK평생설계저금통을 비롯한 IBK평생든든자유적금, 신IBK급여통장, IBK생활비통장 등으로 계좌이동제를 맞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은퇴 브랜드인 IBK평생설계를 출범시키며 은퇴금융시장과 계좌이동제를 동시에 사수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KB국민은행은 KB국민ONE라이프 컬렉션으로 통장, 카드, 적금, 대출을 아우르는 상품을 통해 처음 거래하는 고객뿐 아니라 기존 거래 고객에게도 수수료 면제, 대출금리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체크카드를 포함한 신한카드로 1원 이상만 결제해도 수수료 3종이 무한으로 면제되는 등 파격적인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주목받는다. 신한 주거래 우대통장은 급여이체만으로도 수수료 혜택을 받는 등 조건을 단순화해 고객 편의를 높였다. 신한 주거래 우대통장으로 우대 요건을 충족하면 신한 주거래 우대통장뿐 아니라 고객이 보유한 모든 입출금 계좌를 대상으로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은행업권 관계자는 “각 은행이 연초부터 계좌이동제에 대비한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는 등 경쟁사 움직임을 주시하며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초반 기선제압과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