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기업이 국내 유망 스타트업에 잇달아 뭉칫돈을 투자하면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국내는 경직된 기업문화와 자금 회수 시장의 부족으로 답보상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 구글, 인텔 등 대기업이 잇달아 한국 스타트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일본 기업도 한국 스타트업 기업설명회에 적극 참여하는 등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퀄컴은 1000억원 상당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 계획을 밝히고 인텔도 세계를 대상으로 여성과 소수계층에만 투자하는 1400억원 규모의 ‘다양성 펀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재무적 투자로 이뤄지는 벤처캐피털(VC)의 펀드 운영과 달리 글로벌 기업이 운영하는 CVC는 창업 자금만이 아니라 모기업의 인프라를 통해 성장 기반을 제공한다. 또한 필요할 경우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자금회수까지 도와준다.
최근에는 벤처 창업에 소극적이었던 일본도 NTT도코모, KDDI같은 대기업이 앞장서서 CVC를 설립하고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국내도 40여개 기업이 CVC를 설립, 운영 중이다. 삼성은 지난 1999년 자본금 300억원으로 시작해 반도체, 정보통신 등 IT 제조 기반 벤처에 투자를 늘려왔고 두산과 한화 등도 투자에 나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 사례가 적고 사내벤처나 M&A 등을 통한 성공사례는 없어 투자가 지지부진한다는 평가다. 국내의 경우 정부가 내년도 모태펀드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대기업 등 민간이 주도하는 벤처투자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박성혁 PAG&파트너스 대표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CVC 활성화 문제도 근본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M&A가 활성화되지 않은 데서 출발한다”며 “국내 대기업의 경우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다가 실패할 경우 감당해야 하는 조직 리스크가 펀드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제조업 기반 대기업의 경우 최근 창업의 주류가 된 모바일 서비스업 기반 스타트업 투자나 인수로 인한 시너지가 적기 때문에 CVC 운영에 소극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네이버나 카카오 등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과 함께 초기 투자를 나서는 것은 자사 서비스와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박 대표는 “대기업도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스타트업 역시 무조건 대규모 투자유치가 아닌 시장규모와 성장성을 고려한 파트너 찾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